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1월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경제안보, 역사 문제, 안보 협력 등 다층적 의제를 포괄하는 합의를 도출했다. 이번 회담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서 양국이 ‘가치’보다 ‘생존’을 우선시한 전략적 결속의 장으로 평가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는 곧 일본의 존립위기사태”라고 발언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후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공식적으로 중단하며 일본 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이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연간 약 170억 달러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 역시 일본산 소재·부품·장비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연쇄적 피해가 예상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담에서 “경제와 안보 협력은 생존의 문제”라며 실용적 접근을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한국과의 공조는 인도적 차원뿐 아니라 경제적 필요”라고 밝혔다. 양국은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공동 비축 제도를 추진하고,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베트남과 호주 등 제3국 광산 개발에 공동 투자하고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역사 문제에서도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 유해 봉환을 요청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인도적 차원에서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배상 문제와 별개로 인권과 추모의 관점에서 접근한 사례로 주목된다.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일본 측은 성실한 이행을 재확인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3국 간 실시간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체계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셔틀 외교를 정례화해 정권 교체나 갈등 요인에도 흔들림 없는 소통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문화 교류 확대도 논의됐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글로벌 성공을 계기로 청년 교류 예산 증액과 비자 면제 항구화 방안이 검토됐다.
이번 회담은 양국 모두에게 정치적 부담을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진보 진영의 ‘역사관 후퇴’ 비판을, 다카이치 총리는 우익 세력의 ‘약한 외교’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두 정상은 경제와 안보라는 현실적 위기 앞에서 협력을 선택했다. 나라에서의 만남은 한일 관계가 ‘감정의 시대’를 넘어 ‘이성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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