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가 13일(현지시간) 유엔문명연대(UNAOC), 유엔에너지(UN-Energy), 이주개발글로벌포럼(GFMD) 등 3개 국제기구와의 관계를 단절한다고 발표했다. 기드온 사르(Gideon Sa’ar)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수십 개의 다자 기구에서 철수한 것에 발맞추어 이스라엘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미국의 외교 기조와 보조를 맞춘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의 탈퇴 대상은 지정학적 의미가 크다. UNAOC는 스페인과 튀르키예가 주도한 문명 간 대화 기구로, 이스라엘은 “초청 배제와 공격 플랫폼화”를 이유로 탈퇴를 선언했다. 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대통령의 외교적 상징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최근 악화된 양국 관계를 더욱 긴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스페인 역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과 무기 수출 중단 등 강경 조치를 이어온 만큼, UNAOC 탈퇴는 유럽 내 반이스라엘 여론에 대한 대응 성격을 띤다.
UN-Energy 탈퇴는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국제적 협력에서 이스라엘이 독자 노선을 택했음을 보여준다. 사르 장관은 해당 기구를 “낭비적”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했다. 이스라엘은 동지중해 가스전 개발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강화하고 있어, 유엔의 조정 없이도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GFMD와의 단절은 이스라엘의 이민 정책과 직결된다. 외무부는 “GFMD가 주권 국가의 이민법 집행 능력을 잠식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아프리카 출신 비정규 이주민을 ‘불법 침입자’로 규정해온 이스라엘의 기존 정책과 맞물리며, 국제 규범보다 자국의 국경 통제권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66개 국제기구 탈퇴 선언 직후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규모 철수를 단행했으며, 이스라엘은 이를 ‘정치적 커버’로 삼아 동조했다. 국제사회는 미국·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반(反)다자주의 블록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친(親)다자주의 블록으로 갈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스라엘의 이번 결정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자초할 위험을 내포한다. 대화와 협력의 창구를 스스로 닫음으로써, 이스라엘은 ‘요새 국가(Fortress State)’라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외교적 파장은 중동 정세와 미국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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