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공공조달 수출상담회(2025 GPPM)’/외교신문


조달청은 11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서울풀만 호텔에서 외교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전KPS 주식회사와 공동으로 ‘2025 공공조달 수출상담회(2025 GPPM)’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국내 조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매년 개최되어 온 공공조달 분야 최대 규모의 바이어 매칭 및 상담 플랫폼으로, 올해는 그 역사와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특히 이번 상담회는 아시아개발은행(ADB) 및 다자개발은행(MDB) 등 주요 국제기구와의 연계를 대폭 강화하고,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의 중심에 선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외교·경제적 함의가 크다.

이번 ‘2025 GPPM’은 양적, 질적 측면에서 모두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조달청은 이번 행사에 해외 조달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우수 조달기업 360여 개사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시장의 포화 상태를 넘어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들의 뜨거운 열기를 반영한다.

바이어 측의 참여 열기도 뜨거웠다. 전 세계 25개국에서 방한한 105개 해외 바이어가 행사장을 찾아 국내 기업들과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행사 기간 동안 800여 건 이상의 1:1 수출 상담을 진행하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매칭과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조달청은 이번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외교부, KOTRA, 한전KPS 등 유관 기관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올해 GPPM의 가장 큰 특징은 주요 국제기구 행사와의 ‘전략적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조달청은 행사 10주년을 기념하여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과 공동으로 ‘아·태 고위급 조달정책 워크숍’을 26일부터 27일까지 동시 개최했다.

이와 더불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KOTRA가 주관하는 ‘다자개발은행(MDB) 프로젝트 플라자(11.25.~26.)’와도 일정을 연계했다. 이러한 연계 전략 덕분에 다자개발은행(MDB)의 조달 관계자들과 유엔(UN) 산하기구 관계자들이 이번 수출상담회에 대거 참여하게 되었으며, 국내 기업들은 평소 접근하기 어려웠던 국제기구 조달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다자개발은행(MDB)은 경제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으로, 다수의 차입국(주로 개발도상국)과 재원 공여국(선진국)이 가입 자격 제한 없이 참여하는 국제 금융기구다. MDB는 출자금과 차입금으로 재원을 조달해 수익성이 있고 채무 상환 전망이 확실한 사업에 한해 자금을 지원한다. 특히 신인도가 낮아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저소득 개도국을 위해 장기·저리의 양허성 자금 지원 창구를 운영하기도 한다.

최근 MDB 프로젝트 시장에서는 민간이 주도하되 MDB의 자금과 신용을 활용하는 ‘민관협력(PPP, Private Public Partnership)’ 사업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MDB는 프로젝트의 금융 지원뿐만 아니라, 현지 정부의 정책 변경이나 규제 등 정치적 위험을 완화해주는 보증(Risk Mitigation)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안정적인 해외 진출에 필수적인 파트너로 꼽힌다.

이번 상담회에는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난민기구(UNHCR)를 비롯해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굵직한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우리 기업과 1:1 개별 상담을 진행했다.

각 기구의 특성과 우리 기업의 진출 포인트를 살펴보면,

① 중미경제통합은행 (CABEI, Central American Bank for Economic Integration)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은 1960년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등 중미 5개국이 지역 균형 개발과 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설립한 다자개발은행이다. 현재 중미 지역 개발 재원의 절반가량을 지원할 만큼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주목할 점은 대한민국의 위상이다. 한국은 지난 2019년 국내 기업의 중미 진출을 지원할 목적으로 CABEI에 가입했으며, 총 6억 3,000만 달러를 출자해 영구이사국 지위를 확보했다.11 이번 상담회에 CABEI 관계자가 참여한다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영구이사국의 지위를 활용해 중미 인프라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직접적인 통로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② 유럽부흥개발은행 (EBRD, European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1991년 설립된 금융기구로,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시장경제 체제 전환을 지원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12 자본금 규모는 200억 유로에 달하며, 전 세계 61개국이 출자하고 있다.

한국은 비유럽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EBRD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2011년에는 비유럽 국가 최초로 연차총회 의장국을 수임하기도 했다. EBRD는 주로 민간 기업에 대한 융자를 중심으로 하되, 정부 및 공공기관 대여 시에는 시장경제 정착 기여를 조건으로 한다. 최근에는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14개국의 지역난방, 폐기물 처리 등 환경 및 SOC 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요구된다.

③ 유엔개발계획(UNDP) 및 유엔난민기구(UNHCR)

UN 산하의 대표적인 개발 및 인도적 지원 기구인 UNDP와 UNHCR의 참여는 조달 품목의 다양화를 예고한다. 긴급 구호 물자, 난민 캠프 운영을 위한 인프라, 식량 조달 등 인도적 차원의 공공조달 수요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UN 조달 시장은 투명성이 높고 대금 결제가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어 중소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 글로벌 사우스

조달청이 이번 행사에서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다. 글로벌 사우스란 주로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120여 개 개발도상국을 통칭하는 용어다. 과거에는 ‘제3세계’나 ‘개발도상국’으로 불렸으나, 최근 국제 질서의 변화와 함께 그 전략적 중요성이 재평가되면서 ‘글로벌 사우스’라는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서방 국가들이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탈(脫)중국’을 모색하면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새로운 생산 거점이자 자원 공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풍부한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전환의 핵심 파트너로서 국제 사회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조달청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참여 기업들이 기존의 선진국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사우스 등 신흥 시장으로 수출 판로를 다변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에 편중된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규 시장을 선점하려는 정부의 장기적인 수출 전략과 맞닿아 있다.

◆ 현장 중심의 입체적 지원: 상담부터 통관, 쇼케이스까지

이번 2025 GPPM은 기업들이 수출 과정에서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입체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기획재정부 산하 ‘원스톱수출수주지원단’이 협력 기관으로 참여하여 전문 상담 부스를 운영했다. 이곳에서는 관세, 통관, 물류, 금융 등 수출 초보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분야에 대해 전문가들이 1:1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했다.

단순한 서류 상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전KPS 등 협업 기관과 함께 ‘쇼케이스’도 마련했다. 해외 바이어들은 이곳에서 한국의 우수 혁신 제품과 기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했다. 조달청은 이를 통해 바이어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상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조달청은 상담회 종료 후에도 해외 바이어가 관심 있는 기업의 생산 현장을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유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이번 상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실제 업무협약(MOU)이나 본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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