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보도영상 캡춰


브라질의 '극우 아이콘' 자이르 보우소나루(70) 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전격 체포됐다. 지난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군부를 동원한 쿠데타를 모의하고 민주적 법치주의를 폐지하려 한 혐의다. 전직 브라질 대통령이 부패 혐의가 아닌 반란 및 내란 음모 죄로 장기 징역형을 살게 된 것은 1985년 브라질 민주화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경찰은 이날 새벽 수도 브라질리아에 위치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자택을 급습해 그를 체포했다. 이번 체포는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연방대법관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보우소나루 측이 수감 생활을 피하기 위해 해외 도피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정보 당국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브라질 연방대법원(STF)은 지난 9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징역 27년 3개월의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 '녹색과 노란색 단검'... 구체적이었던 전복 계획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혐의는 단순한 선거 불복 선동을 넘어선다. 연방경찰 수사 결과, 보우소나루의 최측근들과 군부 일부 세력은 2022년 말, 이른바 '녹색과 노란색 단검'이라는 작전명 하에 쿠데타를 계획했다.

이 계획에는 ▲룰라 다 시우바 당선인(현 대통령)과 제랄도 알키민 부통령 당선인 암살 ▲대법관 납치 및 살해 ▲계엄령 선포 및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법원은 이러한 모의가 실행 직전 단계까지 갔었다는 점을 들어 죄질이 극히 무겁다고 판단했다.

변호인단은 보우소나루가 2018년 유세 중 입은 흉기 피습 후유증과 장폐색 등 건강 악화를 이유로 가택연금 유지를 호소해왔으나, 사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브라질 정국 격랑... '정치적 박해' vs '민주주의 수호'

보우소나루의 구속으로 브라질 정국은 다시금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룰라 정부와 사법부는 이번 조치를 "법 위에 군림하려는 자에 대한 민주주의의 응당한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보우소나루의 지지층과 그가 이끌던 자유당(PL) 등 우파 진영은 "좌파 정권에 의한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체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도시에서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타이어를 불태우며 시위를 벌이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외교적 파장: 남미 좌파 결속과 트럼프 진영의 반응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남미 및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남미 내에서는 룰라 대통령을 필두로 한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의 결속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등 인접국 우파 정부와의 갈등 요소는 여전하지만, 역내 최대 영향력을 가진 브라질 내 극우 세력이 지도자를 잃으면서 룰라 대통령의 리더십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과의 관계도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혹은 유력 정치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보우소나루의 구속은 미국 내 공화당 강경파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향후 미국과 브라질 간의 외교적 마찰 요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체포는 포퓰리즘 지도자가 법치주의 시스템에 의해 어떻게 단죄받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국제적 선례가 될 것"이라면서도 "지지층의 결집을 부르는 순교자 효과(Martyr Effect)를 낳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현재 브라질리아 연방경찰청 본청에 구금된 상태이며, 기초 조사를 마친 뒤 48시간 이내에 연방 교도소로 이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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