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건우 신한은행 미주지역본부장(오른쪽)과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 지난 8일 기술보증기금의 미국 실리콘밸리 지점에서 북미 진출 국내 기업 금융지원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과 기술보증기금(기보)이 북미 지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위한 5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북미 현지 생산 확대에 실질적인 금융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양 기관은 1월 8일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기보 지점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2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협약의 핵심은 신한은행이 특별출연금을 출연해 기보가 500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공급하는 구조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지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인 국내 기업이 지원 대상이다.
주목할 점은 보증 비율을 100%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통상 부분보증 방식에서는 은행이 10~15%의 신용 리스크를 부담하지만, 이번 협약에서는 기보가 대출금 전액을 보증함으로써 은행의 리스크를 제로로 만들었다. 이는 과거 외환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동되던 강력한 정책 수단이다. 신한은행은 여기에 더해 2년간 보증료를 0.7%포인트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관세 협상의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당시 양국은 자동차 관세를 당초 미국 측이 요구한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으나, 이는 여전히 수출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우회하기 위해 북미 현지 생산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도건우 신한은행 미주지역본부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지역인 북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실효성 있게 지원하는 모델"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현재 아메리카신한은행을 비롯해 뉴욕지점, 캐나다·멕시코 법인, 조지아 대표사무소 등 광범위한 북미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조지아주에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공장이 위치해 있어 수많은 협력 부품업체들이 동반 진출하고 있다. 이들 중소·중견기업은 현지에서의 신용등급 부재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이번 협약이 이들의 초기 정착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보의 김종호 이사장은 취임 후 현장 중심 경영을 강화하며 혁신 기업 지원을 확대해왔다. 이번 실리콘밸리 협약 체결은 기보가 보유한 기술평가 시스템을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재무제표나 담보가 부족한 기술 기업들도 특허와 기술력을 평가받아 보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산업통상부는 국내에 고부가가치 연구개발과 첨단 공정을 유지하면서 해외에는 범용 모델 양산 거점을 구축하는 '마더 팩토리'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번 금융지원 협약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500억원 규모는 북미 시장의 광대함을 고려할 때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타 시중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이 기대된다.
#신한은행 #기술보증기금 #북미진출 #한미관세협약 #공급망재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