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하원이 쿠데타 모의 혐의로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은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전 대통령의 형량을 사실상 2년 수준으로 감경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브라질 사회가 격렬한 갈등에 휩싸였다. 이 법안의 통과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브라질 대법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면서 외교적 거래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브라질 하원은 12월 10일 새벽, 일명 '형량 산정(Dosimetria) 법안(PL 2162/23)'을 찬성 291표, 반대 148표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정치적 범죄에 대해 형량 합산을 금지하고 '군중 범죄' 감경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확정될 경우 보우소나루의 실제 수감 기간이 약 2년 4개월로 단축돼 2028년 대선 이전에 정치 활동 복귀가 가능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보우소나루는 9월 11일 브라질 연방대법원으로부터 2022년 대선 패배 후 군부 쿠데타를 모의하고 2023년 1월 8일 브라질리아 폭동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징역 27년 3개월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그를 "민주적 법치주의의 폭력적 폐지 시도"와 "범죄 단체 구성 및 지도"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했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의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좌파 성향의 글라우버 브라가(Glauber Braga) 의원이 하원의장석을 점거하며 항의했고, 의회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취재 중이던 기자들이 폭행당하고 생중계 신호가 차단되는 등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안 통과 이틀 후인 12월 12일, 미국 재무부는 브라질 연방대법원 알렉산드르 드 모라에스(Alexandre de Moraes) 대법관과 그의 가족에 대한 제재를 전격 해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모라에스 대법관을 '글로벌 마그니츠키법(Global Magnitsky Act)'에 따라 제재 명단에 올렸었다. 미국 고위 관리는 "브라질 하원의 사면 법안 통과를 브라질 내 '법률 전쟁(Lawfare)'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로 보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브라질 시민 사회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2월 14일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 브라질리아 등 주요 도시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사면 반대(Sem Anistia)" 시위를 벌였다.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는 약 1만 9천 명이 모였으며, 브라질 문화계 거장 카에타노 벨로소(Caetano Veloso)와 질베르토 질(Gilberto Gil)이 시위대와 함께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은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원의 찬성표가 거부권 무력화 기준인 257표를 상회하는 291표였던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다비 알콜룸브레(Davi Alcolumbre) 상원의장은 연내 법안 처리를 약속했으며, 12월 17일 헌법사법위원회(CCJ) 심사가 예정돼 있다. 법조계는 이 법안이 확정되더라도 대법원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미 "민주적 헌정 질서에 대한 범죄는 사면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례를 확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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