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에서 한국 산불 진화 기자재 기증 행사 개최/한국임업진흥원 과테말라 사무소 제공


중앙아메리카 과테말라의 산림 생태계 복원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시작됐다.

산림청 산하 한국임업진흥원(KOFPI)은 1일 과테말라 산림청(INAB) 청사에서 산불 진화 관련 첨단 기자재 기증 행사를 개최했다. 김득환 주과테말라 대한민국 대사와 로니 그라나다 과테말라 산림청장을 비롯한 양국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이 행사는 2027년까지 진행되는 한-과테말라 산림 협력의 첫 가시적 성과다.

이번 장비 기증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과테말라 기후변화영향 완화 및 적응을 위한 산림복원 및 역량강화 사업'의 일환이다. 사업은 산불 및 병해충으로 훼손된 산림경관 복원, 산림재난 대응 역량 강화, 양묘장 조성 및 산림교육센터 설립 컨설팅, 제도적·인적 자원 강화 등 네 가지 핵심 목표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과테말라, 급속한 산림 감소와 산불 위협에 직면

고대 원주민 언어로 '나무의 땅' 또는 '숲의 땅'을 의미하는 과테말라는 현재 심각한 환경 위기에 처해 있다. 국토의 33%(약 353만 헥타르)를 차지하는 산림 면적은 1950년대 약 50%에서 급격히 감소했으며, 현재도 매년 약 2만 헥타르의 숲이 농경지 확장과 개발 압력으로 사라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피해가 심각하다. 글로벌 포레스트 워치(Global Forest Watch)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4년까지 산불로 소실된 임목지가 32만 9천 헥타르에 달하며, 이는 전체 임목지 손실의 17%를 차지한다. 2019년과 2020년 단 2년 동안에만 1,398건의 산불이 발생해 7만 8천 헥타르 이상의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매년 2월경 시작되는 건기에는 통제 불능의 대형 산불이 빈발하며, 2024년 한 해에만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350만 톤을 기록했다. 나사(NASA) 위성 이미지는 시에테 오레하스 화산과 아구아 화산의 산림지대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화마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다.

첨단 장비와 K-산불 관리 노하우 동시 전수

한국의 지원 방식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이중 트랙 접근법이 특징이다. 이번에 기증된 산불 진화 장비를 시작으로 향후 산불 진화차, 산림 감시용 드론, 묘목 식재기, 병해충 방제 장비 등이 단계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장비 지원과 함께 'K-산불 관리' 노하우 전수도 본격화됐다. 브루노 아리아스 리바스 과테말라 산림청장이 이끄는 연수팀이 한국을 방문해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난예측분석센터와 산림항공본부 등을 둘러봤다. 연수팀은 산림재난 예측·분석 시스템, 산림헬기를 활용한 공중-지상 협력 체계, 드론을 이용한 산불 정찰 및 초기 진화 등 한국의 선진 산림재난 관리 시스템 전반을 학습했다.

전쟁 폐허에서 녹색 강국으로, 한국 경험 공유

한국임업진흥원의 가장 큰 자산은 'K-Forestry'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산림녹화 성공 신화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민둥산을 수십 년에 걸친 범국민적 노력으로 울창한 숲으로 탈바꿈시킨 한국의 경험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역사적 성취다.

2012년 설립된 한국임업진흥원은 산림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성과 실용화와 임산업 고부가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산림청 산하 전문 기관이다. 기관 내 소나무재선충병모니터링센터, 산림탄소센터, 해외사업본부 등 전문 조직을 통해 산림병해충 관리, 탄소상쇄제도 운영, 국제산림협력사업 수행에 대한 체계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

남송희 산림청 국제산림협력관은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의 산림녹화 성공 경험을 과테말라와 공유함으로써 범지구적 기후 위기에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미 3개국 산림협력 네트워크 구축

과테말라 사업은 한국의 중앙아메리카 산림 협력 전략의 일부다. 대한민국 산림청은 2021년 과테말라뿐 아니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와도 양자 산림협력을 체결했으며,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에서는 이미 산림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왔다. 과테말라 사업은 이들 국가에서의 성공적인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상황과 필요를 세밀하게 반영하여 추진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인 '중미 건조 회랑(Central American Dry Corridor)' 전체를 대상으로 일관된 산림 협력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한국은 이 지역의 핵심적인 녹색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도 직접 기여한다. 조림과 산림 복원을 통한 탄소 흡수원 확충은 SDG 13(기후변화 대응)에, 생물다양성 보전과 황폐화된 토지 복구는 SDG 15(육상 생태계 보호)에 부합한다.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푸른 숲이라는 국가적 자산을 일궈낸 대한민국의 경험이 이제 과테말라의 '나무의 땅'이 화마의 위협을 딛고 미래 세대를 위한 생명과 번영의 원천으로 계속 남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공동의 환경적 책무를 기반으로 구축된 이 견고한 연대는 앞으로 양국 관계를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드는 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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