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헌 주중 대한민국대사가 25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 3면에 게재된 인터뷰를 통해 한중 양국 관계의 질적 도약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1년 만의 방한 이후 양국 관계 개선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이번 인터뷰는 향후 협력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로 평가된다.
노 대사는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은 우호 교류의 오랜 역사가 있고, 현실적인 이익이 긴밀히 연결돼 있으며, 서로 중요한 이웃 국가이자 협력 파트너"라고 정의하며 경제 협력의 질적 업그레이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중국 매체는 노 대사를 소개하며 한중 수교의 주역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임을 부각해 관계 회복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노 대사가 제시한 협력 분야는 실버 경제(Silver Economy), 바이오·제약, 인공지능(AI), 수소 에너지 등 미래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그는 "경제 협력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언급하며 고령화와 기술 혁신이라는 공통 과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협력 모델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중국은 올해 기준 60세 이상 인구가 3억 명을 넘어서며 거대한 실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노 대사는 실버 경제가 "뚜렷한 사회·민생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하며 한국의 요양 시스템 운영 노하우와 중국의 거대 시장이 결합할 경우 상호 보완적 협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제약 분야에서는 실질적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하반기 삼성그룹의 바이오 투자 펀드가 중국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 기업인 프론트라인 바이오파마에 투자를 단행하며 기술 파트너십 형태의 협력이 본격화됐다.
녹색 산업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 11월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국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법인 'HTWO 광저우'가 광저우시 수소 버스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차는 중국 카이워그룹과 협력해 광저우 국영 버스 그룹에 수소연료전지 버스 25대를 공급하게 됐으며, 기술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국 기술력을 입증했다.
노 대사는 양국 관계의 가장 큰 과제로 국민 감정 제고를 꼽았다. 그는 "MZ세대의 지혜와 열정이 없으면 한중 양국의 미래 발전은 힘들다"고 강조하며 청년 중심의 문화 교류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재직 시절부터 주창해 온 '원 아시아(One Asia)' 모델을 외교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양국 정상은 정치적 신뢰 공고화를 위해 고위급 소통 채널을 정례화하고,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70조 원(4천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 연장 및 확대 논의도 이뤄졌다.
한편 미 국무부는 한중 밀착 행보에 대해 "한중 관계 발전이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국제 규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원론적 논평을 내놓아 견제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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