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를 국빈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대통령과 만난 이재명 대통령/보도영상 캡춰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24일부터 25일까지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원전, 방산, 인프라 등 전방위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한국 대통령의 튀르키예 국빈 방문은 2012년 이후 13년 만으로, 2027년 수교 7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이번 방문의 최대 성과는 에너지 분야 협력이다. 한국전력공사(KEPCO)와 튀르키예 원자력청(TÜNAŞ)은 시노프(Sinop) 원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MOU는 부지 평가 기술 지원, 원자로 설계 및 엔지니어링 협력, 인허가 및 규제 절차 지원, 금융 조달 모델 개발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담고 있다. 시노프 원전은 일본-프랑스 컨소시엄이 2018년 철수한 이후 공백 상태였으며, 한국이 유력한 사업자로 부상하고 있다.

방위산업 협력도 한층 심화됐다. 튀르키예의 차세대 주력 전차 '알타이(Altay)' 개발 프로젝트는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독일의 무기 금수 조치로 난항을 겪던 파워팩 문제를 한국산 변속기와 엔진으로 해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알타이 전차 사업과 같은 성공적인 협력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또한 드론, 항공 엔진 등 차세대 무기 체계 협력과 제3국 공동 진출 방안도 논의했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삼성물산과 한국도로공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로 구성된 '팀 코리아' 컨소시엄이 이스탄불 나카스-바삭세히르(Nakkaş-Başakşehir)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 금융기구로부터 14억 유로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한 투자개발형(PPP) 사업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SK플라즈마가 튀르키예 적신월사(Turkish Red Crescent)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혈액제제 분획 공장을 건설하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SK플라즈마는 기술 출자를 통해 합작법인 지분 15%를 확보하며, 튀르키예의 혈액제제 자급화를 지원하게 된다. 이 대통령은 이를 "형제애에 뿌리를 둔 관계가 첨단 바이오 산업으로 확장된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양 정상은 10년간 중단됐던 '한-튀르키예 경제공동위원회'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무역 불균형 해소, 자유무역협정(FTA) 업그레이드, 기업 애로사항 해결 등을 논의할 공식 채널이 복원됐다. 현대자동차는 튀르키예 이즈미트(Izmit)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라인 전환 및 투자 확대를 추진 중이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를 환영하고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의전 차원에서도 튀르키예 정부의 최상급 예우가 돋보였다. 이 대통령은 앙카라 도착 직후 튀르키예 건국자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ürk)의 영묘를 참배했으며, 대통령궁 환영식에서는 튀르키예어로 "메르하바, 아스케르!(Merhaba Asker! - 안녕하십니까, 군인들!)"라고 인사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포함한 정상회담은 총 1시간 43분 동안 진행됐으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형제"라고 칭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방문 이틀째인 11월 25일,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앙카라 한국공원 내 한국전 참전 기념탑을 방문했다. 야사르 귈러(Yaşar Güler) 국방장관을 비롯한 튀르키예 군 수뇌부가 참석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생존 참전용사 4명과 유족 13명의 손을 일일이 잡고 "대한민국은 여러분의 희생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양국 보훈 당국은 참전용사 후손 장학 사업, 의료 지원, 보훈 정책 교류 등을 담은 '보훈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 정상은 정상회담 직후 '대한민국과 튀르키예공화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은 고위급 교류 정례화, 경제공동위원회 재개, 방위산업 공동 생산, 원전 및 재생에너지 협력, 문화·교육 교류 확대, 유엔(UN)과 G20 등 국제 무대에서의 공조 강화, 한반도 비핵화 지지 등 7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담았다.

이번 방문은 이 대통령 취임 첫해의 다자외교 일정을 마무리하는 피날레 성격을 띠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국빈 방문과 남아프리카공화국 G20 정상회의 참석에 이어 튀르키예를 방문한 동선은, 중동과 아프리카, 유라시아를 잇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및 신흥 경제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글로벌 중추 국가' 전략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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