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기념 촬영/보도영상 캡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11월 22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고속도로(Energy Highway)' 구상을 제시하며 글로벌 리더십을 과시했다.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아공 정부 정책을 문제 삼아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열려, 미국 없는 다자 협력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장이 됐다.

이 대통령은 기후 위기를 다룬 제2세션에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수요지를 연결하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 지능형 전력망 구축을 골자로 한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비는 한 지붕에만 내리지 않는다"며 기후 위기의 보편성을 강조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햇빛 연금'과 '바람 연금' 모델을 소개해 아프리카 및 동남아시아 국가 정상들의 관심을 끌었다.

포용적 성장을 주제로 한 제1세션에서 이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기능 회복을 역설했다. 그는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한 무역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WTO의 기능 회복은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 위협과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규칙 기반 국제 무역 질서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발언으로 평가된다.

인공지능(AI) 거버넌스를 다룬 제3세션에서 이 대통령은 AI 기술 격차가 국가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글로벌 AI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그는 AI가 개발도상국이 산업화 단계를 뛰어넘어 도약할 수 있는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디지털 인프라의 공평한 보급과 기술 이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의 부재 속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역설적으로 국제 협력의 신속한 진전을 가져왔다.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문은 미국을 제외한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로 회의 첫날 채택됐다.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남아공 대통령은 '우분투(Ubuntu)' 정신을 강조하며 선진국과 개도국 간 불평등 해소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기간 중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정상들과 연쇄 양자 회담을 가졌다. 다카이치 사나에(Takaichi Sanae) 일본 총리와는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셔틀 외교 지속을 합의했다. 리창(Li Qiang) 중국 총리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 가속화와 공급망 안정을 논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과는 2026년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에게는 "통일 노하우를 전해 달라"고 요청하며 한반도 통일이 헌법적 의무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025년 의장국인 한국의 주도로 멕시코,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호주 등 5개 중견국이 모인 믹타(MIKTA) 정상 회동을 주재했다. 정상들은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지정학적 긴장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다자주의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천명했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2028년 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대한민국이 확정된 것이다. 정상선언문에 명시된 이 결정은 2010년 서울 정상회의 이후 18년 만의 성과다. G20 의장국 순서는 2026년 미국, 2027년 영국, 2028년 한국으로 이어진다.

회의를 마친 이 대통령은 다음 일정으로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해 방산과 원전 분야 협력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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