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PIF 회원국 외교장관들/대통령실 자료
9일, 한국과 태평양도서국포럼(Pacific Islands Forum, 이하 PIF) 회원국들이 서울에 모여 기후 위기 극복과 해양 보존을 위한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조현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과 솔로몬제도의 피터 샤넬 아고바카(Peter Shanel Agovaka) 외교장관이 공동 주재한 ‘제6차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는 미·중 전략 경쟁과 기후 변화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양측의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외교적 이정표로 평가된다.
이번 회의는 ‘회복력 있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태평양을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s for a Resilient, Peaceful, and Prosperous Pacific)’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특히 2011년 제1차 회의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프랑스 자치령인 뉴칼레도니아와 프렌치 폴리네시아를 포함한 PIF 전 회원국이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이는 한국의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과 PIF의 ‘2050 푸른 태평양 대륙 전략(2050 Strategy for the Blue Pacific Continent)’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 성과다.
회의의 최대 성과는 한국 정부가 ‘태평양회복력기금(Pacific Resilience Facility, 이하 PRF)’에 대한 기여를 공식화한 점이다. PRF는 기후 변화와 재난에 취약한 도서국들이 복잡한 절차 없이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설립한 지역 주도형 금융 기구다. 한국은 2026년부터 이 기금에 동참하기로 발표하며, 단순한 프로젝트성 원조를 넘어선 시스템적 기후 파트너로서의 진정성을 입증했다.
해양 주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서도 한국은 도서국들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다. 양측은 공동성명을 통해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국토가 줄어들더라도 기존에 확정된 배타적경제수역(EEZ) 등 해양 경계는 영구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또한, 2028년 한국과 칠레가 공동 유치한 제4차 유엔해양총회(UN Ocean Conference)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조현 장관은 개회사에서 “태평양은 공존과 화합, 협력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계획을 재확인했다. 실제 한국은 2023년 대비 2024년 대(對)태평양 ODA 예산을 이미 두 배로 증액한 상태다. 조 장관은 2027년까지 지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2023년 정상회의의 약속 이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공동의장인 아고바카 장관은 “한국과의 파트너십은 공유된 가치에 기반하며, 태평양 주도 메커니즘과 조화를 이룰 때 더욱 강력해진다”고 화답했다. 이는 외부 파트너들이 태평양 지역 고유의 절차와 우선순위를 존중해야 함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고바카 장관은 솔로몬제도의 티나강 수력발전 사업 등 한국의 인프라 지원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맞춤형 협력 사례도 공유되었다. 한국은 피지 타베우니 섬에 태양광 발전소와 배터리 저장 장치(ESS)를 구축하고, 마셜제도에는 해수온도차 발전 실증 플랜트를 지원하는 등 도서국들의 에너지 자립을 돕고 있다. 또한 퉁가의 투포우토아 울루칼랄라(Tupouto'a 'Ulukalala) 왕세자 겸 외교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각국의 수요에 맞춘 세밀한 협력 의제들을 조율했다.
정부는 이번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차기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2027년까지 합의 사항을 신속하게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외교가 주변 4강 중심의 틀을 넘어 ‘푸른 태평양’으로 지평을 넓히는 과정에서, 이번 회의는 강요하지 않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한국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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