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지마동요해 (哪吒之魔童闹海, 2025) 예고편 캡춰
중국 영화 시장이 올해 500억 위안(약 10조 4,731억 원)의 박스오피스 돌파에 성공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중국 국가영화국(China Film Administration)이 13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총 관객 수는 11억 9,400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국산 영화는 전체 매출의 81.9%인 409억 5,200만 위안을 점유하며 시장을 장악한 반면, 할리우드를 포함한 외국 영화의 비중은 18.1%로 축소됐다. 이는 2019년 64.1%였던 국산 영화 점유율이 6년 만에 약 1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미중 무역 전쟁과 애국 소비 트렌드 '국조(Guochao)'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최대 화제작은 단연 애니메이션 <나타2-마동요해(Ne Zha 2)>다. 이 작품은 154억 4,600만 위안(약 21억 5,0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2021년 애국주의 전쟁 영화 <장진호>가 세운 역대 최고 기록 57억 7,500만 위안을 2.6배 이상 초과 달성했다. 전통 고전소설 『봉신연의』의 나타 태자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중국 젊은 층의 문화적 자긍심을 자극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올해는 '애니메이션의 해'로 불릴 만큼 해당 장르가 강세를 보였다. 연간 티켓 판매액의 거의 절반인 245억 위안 이상이 애니메이션에서 발생했으며, 상위 10위권 내에 애니메이션이 4편이나 포진했다. 제작사인 베이징 인라이트 미디어(Beijing Enlight Media)와 코코빈 애니메이션(Cocoa Bean Animation)은 수천 명의 애니메이터를 투입해 수년간 제작에 공을 들였다.
할리우드 영화의 고전 속에서도 디즈니의 <주토피아2(Zootopia 2)>는 예외적인 성공을 거뒀다. 30억 5,000만 위안(약 4억 2,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3위, 외화 1위를 차지한 이 작품은 북미 매출의 두 배에 달하는 수익을 중국에서 올렸다. 전 세계 매출의 약 47%가 중국 시장에서 발생한 것이다.
<주토피아2>의 성공 배경에는 정교한 현지화 전략이 있었다. 의인화된 동물 이야기로 정치적 민감성을 피했으며, 2023년 말 상하이 디즈니랜드에 세계 최초로 개장한 '주토피아 테마 랜드'와의 시너지 효과를 누렸다. 틱톡(Douyin)과 샤오홍슈(Xiaohongshu)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주인공 닉(여우)과 주디(토끼)의 관계성을 강조한 마케팅도 주효했다.
외국 영화의 부진은 4월 발생한 미중 무역 갈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25%로 인상하자, 중국 국가영화국은 보복 조치로 미국 영화 수입 쿼터를 "적당히 축소(moderately reduce)"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질적으로는 주요 성수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개봉 허가를 지연시키거나 불리한 개봉일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제재가 이뤄졌다.
특히 10월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중국 박스오피스는 첸 카이거 감독의 6.25 전쟁 소재 영화 <지원군: 존망의 전투(The Volunteers: Peace at Last)>와 일본 731부대의 만행을 다룬 <악마의 부활(Evil Unbound)> 등 애국주의 영화로 채워졌다. 이 시기 할리우드 영화의 개봉은 사실상 차단됐다.
중국 영화 시장의 또 다른 특수성은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플러스(Disney+) 등 외국계 OTT 플랫폼의 서비스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낳으며, 중국 극장 산업이 글로벌 스트리밍 파고 속에서도 견고한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박스오피스 500억 위안 돌파는 2017년, 2018년, 2019년, 2023년에 이어 다섯 번째 기록이다. 2019년 역대 최고치인 641억 위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425억 위안의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억 위안 이상의 수익을 올린 영화는 총 50편으로, 이 중 중국 영화가 33편, 외국 영화가 17편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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