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 전경


헤이그 소재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 항소재판부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부가 제기한 관할권 이의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발부된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Yoav Gallant) 전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은 효력을 유지하게 됐으며, 가자지구 전쟁범죄 조사도 중단 없이 계속된다.

항소재판부는 재판관 5인 중 3대 2의 근소한 표차로 이스라엘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전개된 사태가 2021년 개시된 기존 '팔레스타인 상황(Situation in Palestine)' 조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상황(new situation)'이라며, 로마 규정(Rome Statute) 제18조 및 제19조에 따라 별도의 통지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독립적인 사법 체계를 갖춘 민주 국가로서 자체 조사 우선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보충성(complementarity)'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조사가 2014년 6월 13일 이후 발생한 사건들을 종료 시점 없이(with no end date) 포괄하고 있어, 2023년 10월 이후 사건들이 완전히 새로운 상황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현재 조사가 기존 팔레스타인 상황 조사와 동일한 영토, 동일한 당사자, 동일한 유형의 무력 충돌을 다루고 있다는 '연속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루즈 델 카르멘 이바녜스 카란자(Luz del Carmen Ibáñez Carranza) 재판관과 솔로미 발룽기 보사(Solomy Balungi Bossa)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원심이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으며, 2023년 사태의 규모와 성격이 질적으로 달라 새로운 통지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민주적 국가의 사법 시스템을 무시한 정치적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외무부는 "소수의견의 존재가 판결의 취약성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ICC의 이번 결정은 서방 동맹국들의 분열된 반응을 불러왔다. 미국은 ICC 직원과 판사, 검사장 등에 대해 비자 제한 및 금융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국무부 대변인 매튜 밀러(Matthew Miller)는 브리핑을 통해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영국에서는 카림 칸(Karim Khan) ICC 검사장이 전임 보수당 정부의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외무장관 시절 영국 관료가 "네타냐후 체포영장을 강행할 경우 ICC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로마 규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 노동당 정부 외무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차기 총리 유력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가 "네타냐후가 체포되지 않고 독일을 방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공언해 ICC 영장 집행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로마 규정에 따른 협력 의무를 존중한다고 밝혔으나, 동시에 "비당사국 국가원수의 면책특권(immunity)을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 실제 집행에서는 회피 여지를 남겼다.

반면 콜롬비아 정부는 네타냐후와 갈란트에 대한 체포영장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남반구(Global South) 국가들은 ICC 결정을 환영하며 서방의 이중잣대를 비판하고 있다.

한편 미국 뉴욕에서는 지난 11월 우간다 출신의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34세)가 앤드류 쿠오모 전 주지사를 꺾고 시장에 당선돼 내년 1월 1일 취임할 예정이다. 맘다니는 선거 기간 중 "네타냐후가 뉴욕을 방문하면 ICC 영장에 따라 체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미국은 로마 규정 당사국이 아니며 2002년 제정된 '미군보호법(ASPA)'이 연방 및 지방 정부의 ICC 협력을 금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캐시 호철(Kathy Hochul) 뉴욕 주지사는 "시장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다"고 일축했다.

가자지구에서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가자 보건부와 국제기구 데이터에 따르면 12월 현재 누적 사망자는 72,500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의 약 60~70%가 여성과 아동으로 분석된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영양실조에 걸린 임산부 증가로 저체중아 출산율이 전쟁 전 5%에서 10%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생후 첫날 사망하는 신생아 수가 2022년 월평균 27명에서 47명으로 75%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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