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위/보도영상 캡춰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반발하는 '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미네소타주 ICE 요원의 시민권자 사살 사건을 계기로 다시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약 700만 명이 참여했던 이 시위는 연방 이민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무력 사용을 계기로 "ICE Out For Good" 캠페인으로 전환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7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시민 활동가 러네이 니콜 굿(Renee Nicole Good, 37세)을 사살한 사건은 시위 재확산의 도화선이 됐다. 굿은 자신의 차량에 탑승해 이웃들에게 ICE 요원의 출현을 알리는 법적 참관 활동을 하던 중 조나단 로스(Jonathan Ross) 요원의 총격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건 직후 미국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전국적 시위를 조직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인디비저블(Indivisible), 무브온(MoveOn) 등 대형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주말 행동(Weekend of Action)'을 선포하고, 1천 개 이상의 시위 일정을 공지했다.
시위대는 "ICE Out For Good(ICE를 영원히 퇴출하자/굿을 위하여 ICE를 몰아내자)"라는 이중 의미의 슬로건을 내걸고 세 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러네이 굿 사건의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지역 경찰과 연방 ICE 간의 협력 전면 중단, 연방 요원의 학교·병원 등 필수 시설 접근 금지가 그것이다.
'No Kings' 운동은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보에 반발해 태동했다. 지난해 10월 18일 시위에는 미국 전역 2,700여 곳에서 약 700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미국 인구의 약 2%에 해당하며, 에리카 체노웨스(Erica Chenoweth) 교수가 제시한 "3.5% 법칙"에 근접하는 수치다. 이 법칙은 인구의 3.5%가 비폭력 시위에 참여하면 정권이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주목할 점은 시위의 지리적 확장성이다. 과거 진보 진영의 시위가 대도시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이번 시위는 트럼프 지지 성향이 강한 시골 지역에서도 인구 1만 명당 7명 꼴로 참여자가 발생하는 등 전국적 양상을 띠고 있다.
미니애폴리스 현장에서는 연방 요원들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액과 고무탄을 사용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루즈벨트 고등학교 등 학교 구역까지 무장 요원이 진입해 교직원을 구금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이 커졌다.
일부 시위 현장에서는 긴장이 폭력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우익 민병대가 무장을 하고 시위 현장에 나타나는 사례가 발생했으며, 펜실베이니아주 말번에서는 케빈 크렙스(Kevin Krebs)라는 남성이 총기와 폭발물을 소지한 채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시위는 미니애폴리스를 넘어 포틀랜드, 워싱턴 D.C., 애틀랜타 등 주요 도시로 확산됐다. 워싱턴 D.C.에서는 백악관 앞과 국토안보부 청사 인근에서 1만 명 이상이 모여 'No Kings Act' 입법을 촉구했다. 포틀랜드에서는 ICE 사무소와 연방법원 앞에 2천여 명이 집결했으며, 교통 검문 중 추가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위가 격화됐다.
애틀랜타에서는 지난해 9월 조지아주 현대·LG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기술자 300여 명을 포함해 475명이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노동계가 시위에 합류했다. 주 의사당과 이민법원 앞에서 3천여 명이 참여한 시위가 열렸다.
시위는 미국을 넘어 국제사회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광화문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300여 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연대 시위를 벌였다. 일부에서는 반미 구호가 등장하면서 한미 동맹에 미묘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콜롬비아 등 남미 국가에서도 1월 초 미군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대는 미국이 해외에서는 민주주의 회복을 명분으로 타국 정상을 체포하면서, 자국 내에서는 민주적 시위대와 자국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모순을 지적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EMLER(법 집행에서의 인종 정의 및 평등 증진을 위한 전문가 메커니즘)은 미국 경찰 및 연방 요원의 법 집행에 시스템적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성명을 통해 러네이 굿 사망 사건이 "영상 증거에 비추어 볼 때 정당화될 수 없는 살인"이라고 규정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군사화를 강력히 비난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주권 침해"와 "이중잣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미국의 도덕적 리더십에 타격을 입히고 있으며,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에게도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립 언론 더 트레이스(The Trace)의 데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 기간 동안 ICE 요원이 연루된 총격 사건은 16건, 총기 위협 사건은 13건으로 급증했다. 최근 4개월 동안에만 이민 단속 요원이 차량 내 비무장 민간인을 향해 발포한 사례가 9건 보고됐다.
국토안보부는 전년 대비 ICE 요원에 대한 폭행이 1,347% 증가했고, 차량을 이용한 공격은 3,200% 증가했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강경 대응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위대와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통계가 과장됐으며, 연방 정부가 과도한 공권력 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한편 갤럽이 지난해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9%가 "이민은 좋은 것"이라고 응답해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과 여론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No Kings' 시위가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 기반을 확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싱가포르와 호주 등 일부 국가들은 시위 발생 지역에 대한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한국 외교부와 재외공관도 미국 내 ICE 단속 강화와 시위 확산에 따른 한국 국민 피해 예방을 위해 여행안전정보 갱신과 긴급 대응체계 구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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