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도서국들, 미중 신경전 속 ‘몸값’ 상승

호주 로위연구소 "19세기 영국·러시아의 유라시아 지역 경쟁 연상케 해"
친중파와 친서방파 간의 정치적 갈등이 사회적 갈등 되기도

에디터 승인 2024.08.22 19:08 의견 0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이 지역 섬나라들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져 '몸값'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미국·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 (사진=AP)


호주의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는 21일(현지시간) 발표한 '태평양 도서국의 그레이트 게임' 보고서에서 현재 태평양 도서국의 상황이 19세기 대영제국과 러시아제국 간의 '그레이트 게임’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했다.

태평양 도서국들은 오랜 기간 동안 경제나 안보, 치안 분야에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전통적 우방국의 지원을 받아왔고, 항상 이들의 관심이나 지원이 너무 적다는 불만을 가져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대규모 경제적·외교적 노력으로 인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은 개발 금융, 항만, 공항 통신 등 인프라 투자와 외교적 지원 등 물량 공세를 통해 태평양 도서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19년 이후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 나우루 등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현재 14개 태평양 도서국 중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는 3개국에 불과하다.

중국은 또한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해 자국 해군 함정의 입항을 허용하는 등 주요 도서국들과 안보·치안 협정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호주는 중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이들 국가를 군사 기지화하려 한다고 반발하며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호주는 모든 태평양 도서국에 외교 공관을 세웠고, 미국은 바누아투와 솔로몬제도 등에 대사관을 새로 열었다.

또 미국은 파푸아뉴기니 등과 기존에 맺었던 안보 협정을 강화하고 있고, 호주는 최근 투발루와 기후 난민 조약을 체결해 투발루 국민들을 호주로 이주시키기로 했다.

이와 같은 경쟁적 지원은 태평양 도서국들에게 이득을 주고 있지만, 동시에 사회적 불안도 초래하고 있다.

친중파와 친서방파 간의 정치적 갈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면서 솔로몬제도에서는 대규모 소요 사태가 발생해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태평양 도서국의 오랜 결속력이 약화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태평양 도서국포럼(PIF) 내에서도 친중과 친서방으로 갈라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정치인들의 부패로 인해 국민들이 얻는 혜택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로위 연구소는 "태평양 지역의 부패 정도는 지난 수년 동안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며 "빈곤 감소와 교육, 보건, 기후 대응 등 정말 필요한 분야와 관계없는 전략적 프로젝트나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 자금으로만 지원이 흘러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 (사진=AP)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에 항만, 공항, 도로, 철도 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와 대규모 차관 등을 통해 진출한 바 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하는 시기에 선제적으로 지원을 제공하며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특히 짐바브웨와 우간다와 같은 독재 정권들이 중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본격화되어 2000년에는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CAC)을 창설하고 매 3년마다 포럼을 개최해 양측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주요 채권자로 자리 잡고 있다.

저작권자 ⓒ 외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