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제법 위반 우려로 이스라엘에 일부 무기 수출 허가 중지

민간 사상자, 기반 시설 파괴…인도주의법 위반 심각
이스라엘 무기수입 1% 불과하나 서방동맹국 첫 조치
영국 "전면 금지 아냐" 강조…이스라엘 "대단히 실망" "문제적 메시지"

에디터 승인 2024.09.03 13:35 의견 0

영국 정부는 국제법 위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무기 수출 허가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내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다우닝가 10번지에 도착한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 (사진=로이터)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대(對)이스라엘 무기 수출 검토 결과, "특정 무기 수출이 국제 인도주의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거나 위반을 용이하게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분명한 위험이 존재한다"면서 "물론 우리는 이스라엘이 안보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이스라엘이 사용하는 방법, 특히 민간인 사상자와 민간 기반 시설 파괴에 대한 보고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영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내준 대이스라엘 수출 허가 350건 중 약 30건에 해당하며, 군용기와 헬기, 드론 부품이 포함된다.

그러나 다국적 F-35 전투기 프로그램을 위한 영국산 부품은 이번 조치에 포함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다국적 프로그램 부품의 판매 중단이 다른 국가의 F-35 전투기 운용에 타격을 가해 국제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에서 사용되지 않는 훈련기와 해군 장비, 화학 및 통신장비에 대한 허가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번 결정은 가자지구 전쟁에서 민간인이 다수 사망하면서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영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2022년 기준 4천200만 파운드(약 740억원)이며, 이스라엘의 무기 수입에서 영국산은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스라엘로서는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서방 주요 동맹국의 압박이 커진 만큼 외교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영국의 이스라엘 방위로의 수출 허가에 대한 영국 정부의 제재 소식을 듣게 돼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고 AFP는 전했다.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영국의 결정이 "테러조직 하마스와 이란 대리세력에 아주 문제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여러 가옥을 파괴한 이스라엘 공습 현장 (사진=로이터)


이번 결정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 출범 이후 영국의 상당한 정책 변화를 보여준다.

스타머 정부는 하마스와 연계 의혹이 제기됐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하기로 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데 대한 반대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전면 금지나 무기 금수가 아니며, 국제법에 따른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계속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영국의 정책 변화와 국제사회의 압박을 반영하는 중요한 조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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