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시바 내각 출범…아베파 반발에 '비자금 의원' 공천할듯

기시다 경제, 외교 정책 승계
일본인 70% "비자금 의원 공천 납득못해"

허미강 기자 승인 2024.10.07 00:43 의견 0

지난달 27일 치러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이시바 시게루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가 102대 총리로 공식 선출됐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높은 국민적 인기에도 자민당 내에서는 비주류였던 이시바 총리 취임은 본격적인 ‘포스트 아베 시기’의 개막이라는 일본 정치 지형의 변화를 보여준다.

일본의 정치자금 스캔들 이후 내각과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참신한 지도자에 대한 기대가 컸다.

무파벌의 이시바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비판하면서 기시다 내각의 경제와 외교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어필했다. 이는 참신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인물로 받아들여지며 결선투표에서 세를 확장할 수 있었다.

비교적 온건한 역사 인식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이시바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지 않았다.

이시바는 이전부터 한·일협력을 중시하고, 재일교포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 한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거나 "일본은 전쟁 책임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와 관련한 사과에 전향적인 정치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9년 7월 아베 신조 내각이 취한 대한국 경제 제재에 대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시바는 방위청 장관과 방위성 대신을 역임하며 안보 문제에 정통한 인물로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강하게 주창해왔다.

중국의 해양 진출, 북한의 핵과 탄도탄 능력 고도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중시한다.

이시바는 “미·일 핵공유”에 전향적이고, ‘아시아판 나토(NATO)’의 창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이 ‘주권 국가’가 되기 위해 자위대를 명기한 헌법 개정, 미·일안보조약이나 SOFA의 개정을 지론으로 갖고 있어 주변국과의 갈등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시바 내각의 정권 안정성은 오는 27일 치러질 중의원(하원) 선거와 내년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가운데 4일 아사히신문은 집권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들 공천을 원칙적으로 용인한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와 자민당 집행부는 비자금 문제로 징계받은 의원이 당 지역 조직에 지역구 공천을 신청할 경우 공천과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재발 방지 약속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자민당 일부 파벌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오랫동안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

당은 이런 사실이 검찰 수사 등으로 공개되자 기존 최대 파벌이었던 '아베파' 의원 36명과 '니카이파' 의원 3명 등 39명을 징계했다.

그중 34명은 '선거 공천 제외'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징계 이후에도 전임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은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에 머물렀다.

자민당 비자금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다.

아사히가 지난 1∼2일 1천1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75%는 비자금 문제 실체 규명과 관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마이니치신문이 사회조사연구센터와 함께 지난 3일 18세 이상 2천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비자금 사건으로 문제가 된 의원을 공천하는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자는 70%에 달했다.

반면 '납득할 수 있다'는 견해는 8%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서 지난 1일 출범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46%로 50%를 밑돌았다.

이시바 총리는 이달 1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비자금 문제에 대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으나, 조기 총선을 실시하면서 징계 의원을 공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는 비자금 의원을 배제하고 새로운 후보를 공천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타협하는 방향으로 기운 듯하다면서, 옛 아베파 의원들의 반발 움직임도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전날 취재진과 만나 출범 직후 내각 지지율이 역대 정권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조한 편인데 대해 "(지지율이) 높지 않다는 것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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