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안화/차이나 브리핑 자료


중국이 2026년 1월 1일부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e-CNY)에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10년 넘게 유지해 온 '현금 대체' 원칙을 폐기하고 예금 화폐로 전환하는 이번 조치는 알리페이(Alipay)와 위챗페이(WeChat Pay)에 빼앗긴 금융 주도권을 국가로 되찾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민은행(PBOC) 루레이(Lu Lei) 부행장은 디지털 위안화가 단순한 현금(M0)을 넘어 '디지털 예금 화폐'로서의 지위를 획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보유한 디지털 위안화는 상업은행의 대차대조표 상 부채로 계상되며, 예금자 보호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된다.

상업은행이 운영하는 디지털 위안화 지갑에는 이자가 지급되지만, 비은행 결제 기관이 운영하는 지갑에는 100%의 지급준비금 적립이 의무화된다. 이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같은 핀테크 기업이 고객 예탁금으로 대출이나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단순 결제 중개 기능만 수행하게 하려는 조치다.

디지털 위안화는 2014년 연구가 시작되어 2025년 말 기준 누적 거래액 16.7조 위안(약 2.38조 달러), 거래 건수 34.8억 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 전체 규모와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 소비자의 90% 이상이 이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사용하고 있어, 무이자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유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 상업은행들의 수익성 악화와도 맞물려 있다. 중국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2025년 3분기 말 기준 역대 최저인 1.42%까지 떨어졌다. 대출 성장률도 11월 기준 6.4%로 199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의 예금화는 은행들에게 새로운 자금 조달 경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금융 상품 개발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 위안화 2.0은 스마트 계약 기술을 도입해 화폐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부여한다. 정부 보조금에 유효기간을 설정하거나, 농업 보조금이 농자재 구매에만 사용되도록 기술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이를 통해 통화 정책의 파급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전략 산업에는 자금을 공급하되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는 자금줄을 조이는 '정밀 타격' 방식의 정책 수행이 가능해진다고 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25년 말 중국 주도의 국경 간 CBDC 결제 플랫폼인 엠브리지(mBridge) 프로젝트에서 철수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BIS 아구스틴 카르스텐스(Agustín Carstens) 사무총장은 "BIS는 제재 대상 국가들과 함께 운영될 수 없으며, 우리의 상품이 제재 위반의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서방이 엠브리지를 잠재적 제재 회피 수단으로 보고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엠브리지는 중국,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이 공동 추진해 온 프로젝트로,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가 합류하면서 석유 거래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았다. BIS의 철수로 엠브리지는 '중립적 국제 프로젝트'에서 '중국 주도의 대안적 결제망'으로 성격이 바뀌게 됐다.

한국은행은 10만 명 시민 대상 소매용 CBDC 파일럿 '한강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으나 2025년 말 잠정 중단했다. 신용카드와 간편결제 인프라가 이미 고도화된 상황에서 추가 편의성이 불명확하고, 시중은행들이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과 예금 이탈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10월 기준 121억 달러에 달하며, 한국은 세계 7위 위안화 결제국이다. 중국이 무역에서 디지털 위안화 결제를 요구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디지털 결제 표준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가 비트코인과 달리 에너지 소비가 적은 친환경 화폐라고 강조하고 있다. 35조 위안 규모의 세계 최대 녹색 대출 시장과 결합해, 녹색 채권으로 조달된 자금이 검증된 친환경 업체에만 지출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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