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가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8MW급 해상풍력 발전기(DS205-8MW) 전경./두산에너빌리티 자료
두산에너빌리티가 야월해상풍력과 전라남도 영광군 낙월면 해상에 약 104메가와트(M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5750억원 규모의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독자 개발한 8MW급 해상풍력 발전기를 처음으로 상업 단지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한국 해상풍력 산업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영광 야월 해상풍력 발전단지에는 두산에너빌리티의 DS205-8MW 모델 총 13기가 설치된다. 이 발전기는 2022년 국제인증기관 UL로부터 인증을 취득한 국산 기술의 결정체로, 유럽 국가 대비 풍속이 느린 한국 환경에 맞춤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로터 직경 205미터, 블레이드 길이 100미터로 수풍 면적 33,007제곱미터를 확보해 저풍속 환경에서도 높은 발전 효율을 실현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발전기 공급뿐 아니라 단지 조성 전반을 총괄하는 EPC 역할을 수행한다. 파워서비스 사업부문(BG)은 풍력 발전기 공급을, 플랜트 EPC 사업부문은 기자재 공급과 설치 및 시공 역무를 담당하며, 준공 후에는 장기 서비스 계약(LTSA)을 통해 단지의 안정적 운영을 책임진다. 회사는 2029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38년 재생에너지 비중 29.2퍼센트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특히 약 70퍼센트에 달하는 부품 국산화율은 국내 중소·중견 부품사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고 에너지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어민들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절차적 민주주의 측면에서 과제를 안고 있다. 영광군어민회는 사전 협의 부족과 비현실적인 보상금 수준을 문제 삼으며 반발해왔으며, 올해 들어 일부 합의가 이뤄졌으나 군수 서명 누락 등 절차적 하자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선진국의 주민 참여형 이익 공유 모델을 도입해 지역 사회와의 진정한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의 투자 구조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야월해상풍력의 모태가 되는 낙월해상풍력 사업에 태국 비그림파워(B.Grimm Power)가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제기되며 에너지 안보 차원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현호 두산에너빌리티 플랜트 EPC 사업부문장은 "독자 개발한 8MW 해상풍력 발전기의 첫 공급과 더불어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에서 EPC 전 공정을 수행하게 돼 의미가 크다"며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해상풍력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한국이 해상풍력 기술에서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실적을 발판으로 베트남 등 아시아 저풍속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기술 주권 확보와 함께 외국 자본의 과도한 지배력 견제, 지역 사회와의 민주적 합의 도출이라는 과제를 균형 있게 해결해야 진정한 에너지 전환의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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