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야디(BYD)가 2025년 신에너지차(NEV) 460만 대 판매를 달성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공고히 했다. 반면 테슬라(Tesla)는 2년 연속 판매 감소를 기록하며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100여 년간 서구와 일본이 주도해온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국의 약진과 서구의 방어적 장벽 구축이 맞물린 '대분열(The Great Divergence)'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BYD는 1일 2025년 연간 판매 실적을 발표하며 전년 대비 7.7% 증가한 460만2천436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수 전기차(BEV) 225만 대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229만 대를 판매해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과시했다. 특히 해외 판매가 104만6천83대로 전년 대비 150.7% 폭증하며 글로벌 확장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 해외 판매만 13만3천172대를 기록해 월간 수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왕촨푸(Wang Chuanfu) BYD 회장은 지난해 12월 투자자 회의에서 "지난 몇 년간 누려왔던 기술적 선도 지위가 약화되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화웨이(Huawei), 샤오미(Xiaomi) 등 정보기술(IT) 기반 기업들이 자율주행과 스마트 콕핏 분야에서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BYD는 12만 명의 엔지니어링 인력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으며, 2026년 해외 판매 목표를 150만~160만 대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전기차 혁명을 주도했던 테슬라는 2025년 약 164만 대를 인도하며 2024년 179만 대, 2023년 181만 대 대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 전기차 세액 공제가 지난해 9월 30일 조기 종료되면서 4분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6% 급감한 42만3천 대에 그쳤다. 모델 3와 모델 Y의 제품 노후화와 저가형 대량 생산 모델 출시 지연이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 시장에서는 신흥 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는 첫 전기차 모델 SU7로 연간 40만 대를 판매해 당초 목표 13만 대를 3배 이상 초과 달성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홈 기기를 자동차와 연결하는 생태계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립모터(Leapmotor)는 59만6천555대를 판매하며 목표 50만 대를 20% 가까이 초과했고, 지리자동차 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는 22만2천123대를 인도하며 전년 대비 87% 성장했다.
국내 시장은 중국산 전기차의 본격 진출로 지각변동을 겪었다. BYD는 지난해 11월 한 달에만 1,164대를 등록하며 렉서스를 제치고 수입차 브랜드 5위에 올랐다. 주력 모델 아토 3(Atto 3)는 3,150만 원대, 중형 세단 실(Seal)과 SUV 씨라이언 7(Sealion 7)은 4,000만 원 중반대로 국산 전기차 대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다. 지커는 올해 1분기 서울에 전시장을 열고 지커 7X SUV로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한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어제 2026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에 따른 보조금 차등을 강화해 에너지 밀도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차량에 불리하고,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국산차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었다. 3년 이상 된 내연기관차를 폐차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면 최대 100만 원의 전환지원금을 추가 지급해, 중형 전기차 구매 시 최대 680만 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무공해차 안전보험 가입 의무화와 배터리 정보 공개 요구도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강화 전략으로 실적을 방어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 414만 대, 기아는 308만 대를 기록하며 합산 720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 특히 팰리세이드(Palisade) 하이브리드 모델이 11월까지 글로벌 누적 19만 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미국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 판매가 49% 급증하며 전기차 수요 둔화를 상쇄했다. 다만 순수 전기차 부문에서는 아이오닉 5의 지난해 10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63% 급감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무역 장벽을 강화했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하고, 리튬이온 배터리 관세도 25%로 올렸다. 해외우려집단(FEOC)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중국 자본이 25% 이상 투입된 기업의 배터리 부품이나 광물이 포함된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5.3%의 상계관세를 확정 부과했다.
중국은 올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제조 기술과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 오늘(1월 1일)부터 모든 중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기술 수출에 정부 허가를 의무화했다. 배터리 음극재 필수 소재인 흑연 수출도 통제해 탈중국을 시도하는 한국과 일본 배터리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전기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데이터 주권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커넥티드 카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군사 기지 위치, 인프라 정보, 운전자 음성 정보 등을 수집해 중국으로 전송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수입 금지 조치를 예고했다. 국내에서도 BYD 등 중국산 전기차가 중국 텐센트(Tencent) 클라우드 서버를 사용하고 중국 인공지능(AI) 모델을 탑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데이터 유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등은 BYD,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공급망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 노동과 연루되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알루미늄 등 기초 소재가 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 자동차 공장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폭로되면서, 미국과 EU는 이를 근거로 수입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중국 블록, 서구 블록, 그리고 그 사이의 한국으로 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은 BYD와 신흥 세력을 중심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저가형 전기차로 남미, 동남아, 중동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는 높은 관세 장벽 뒤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며 데이터 안보와 공급망 투명성을 강조하는 고비용·고부가가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한국은 하이브리드로 시간을 벌었으나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공급망 압박 사이에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업계는 LFP 배터리 내재화, 데이터 안보의 프리미엄 가치화, 공급망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가속화 등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기차 산업이 단순한 제조업을 넘어 국가 안보의 최전선으로 부상하면서, 기술력뿐 아니라 외교력과 공급망 관리 능력이 기업 생존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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