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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17일 포드(Ford)와 체결했던 9조 6천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2023년 10월 양사가 맺은 이번 계약은 당초 총 109GWh 규모였으나, 이 중 2027년부터 2032년까지 공급 예정이었던 75GWh 물량이 전면 백지화됐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공급하기로 한 34GWh 계약만 유지돼 당초 계획의 31% 수준으로 축소됐다.

포드는 계약 해지 사유로 "전동화 전략 변경에 따른 특정 차량 모델의 개발 중단"과 "정책 환경의 변화 및 전기차 수요 전망의 변동"을 공식 통보했다. 해지된 계약은 포드의 유럽 시장 공략용 전기 상용차인 E-트랜짓(E-Transit) 등에 탑재될 배터리 모듈 및 셀 공급 건이었다.

포드의 전기차 사업부인 '모델 e(Model e)'는 2023년 47억 달러, 2024년 51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경영난을 겪어왔다. 올해 1분기에도 8억 4천900만 달러의 이자 및 세전 손실을 냈다. 포드는 지난 15일 상징적인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F-150 Lightning)' 생산 중단을 결정하고, 순수 전기차(BEV) 대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와 하이브리드(HEV) 차량으로 전략을 선회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골자로 한 공화당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이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 법안은 올해 9월 30일 이후 구매되는 신규 전기차에 대한 최대 7천500달러의 소비자 세액공제를 전면 폐지하고, 배터리 셀 및 모듈 생산 보조금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도 축소할 방침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AMPC에 의존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미국 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합작법인(JV)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포드와 SK온이 2021년 출범시킨 합작법인 '블루오벌SK(BlueOval SK)'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양사는 총 114억 달러를 투입해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3개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으나, 켄터키주 2개 공장은 포드가, 테네시주 공장은 SK온이 단독 소유하기로 합의했다.

GM과 삼성SDI가 인디애나주에 건설 중인 합작 공장도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현지에서는 공사 인력 감축과 일정 지연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며, 2027년으로 예정된 양산 시점이 뒤로 밀리거나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감소에 대응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회사는 북미 전력망용 ESS 수주 잔고가 120GWh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와 50.5GWh 규모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테슬라향 4680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는 등 고객사 다변화에 나섰다.

한국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자동차 및 부품 업계에 15조 원 이상의 금융 지원을 제공하고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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