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사당 건물/픽사베이 이미지


미국 상원이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인 2만 8,500명 이하로 감축하는 것을 제한하는 강력한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제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의회가 국방 예산 편성권을 통해 행정부의 일방적인 동맹 정책 변경 가능성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미 상원은 17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찬성 77표, 반대 20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for Fiscal Year 2026, 이하 FY2026 NDAA)’을 가결했다. 앞서 10일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총 규모는 약 9,010억 달러(한화 약 1,330조 원)에 달한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미 국방부가 배정된 예산을 주한미군(USFK) 현역 병력을 2만 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사용할 수 없도록 명문화한 것이다. 이는 의회가 헌법상 보장된 ‘지갑의 권한(Power of the Purse)’을 활용해 병력 철수나 감축에 필요한 행정 및 수송 비용 집행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으로, 행정부의 정책을 통제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주한미군 감축이 허용되는 예외 조건인 ‘면제(Waiver)’ 조항 역시 대폭 강화됐다. 법안에 따르면 감축을 위해서는 국방장관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함을 입증하고 △한국 및 일본, 유엔군사령부(UNC) 전력 제공국들과 적절히 협의(appropriately consulted)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특히 관련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뒤 ‘60일 대기 기간(60-day waiting period)’이 지나야만 예산 집행 금지가 해제되도록 해, 기습적인 감축 시도를 물리적으로 차단했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Roger Wicker) 의원과 잭 리드(Jack Reed) 간사 의원이 주도한 이번 법안은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법안은 기존에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COTP)’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전작권을 이양하는 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이는 정치적 일정에 따른 조기 전환을 배제하고 군사적 조건 충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 조치는 최근 한미 간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2024년 기준 미국의 대한국 상품 수지 적자가 66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8.5% 증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근거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아산정책연구원의 2025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71.2%가 주한미군 유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동맹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NDAA 통과는 미국 의회가 한미동맹을 행정부의 성향과 무관하게 유지되어야 할 ‘제도적 동맹’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만 8,500명이라는 수적 하한선과 까다로운 감축 절차는 향후 한미 방위비 협상 등에서 한국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레버리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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