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순회전《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관람 모습/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에서 개최 중인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개막 한 달 만에 누적 관람객 1만5천명을 돌파하며 성황을 이루고 있다. 11월 15일 개막한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전시는 12월 18일 기준 정확히 1만5667명이 관람했다.
스미스소니언 측은 "같은 규모로 진행된 이전 전시와 비교하면 관람객 수가 25% 정도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이는 동절기 비수기임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전시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수집하고 2021년 유족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기증한 2만3천여 점 중 33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로, 1957년 《한국 국보전》 이후 북미 지역에서 열리는 한국 미술 전시 중 40여 년 만에 최대 규모다.
국외순회전《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관람 모습/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특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케데헌)의 인기 캐릭터 '더피(Duffy)'와 닮은 법고대가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사찰 의식용 북을 받치는 이 목제 법고대는 웅크린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어 영화 속 호랑이 캐릭터와 흡사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성지 순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황선우 큐레이터는 "법고대가 특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어린 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았다"고 전했다. 《K-Pop: Demon Hunters》는 올해 6월 20일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8월 말 기준 누적 시청 2억3600만 뷰를 기록하며 역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청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국외순회전《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뮷즈/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시의 흥행은 경제적 성과로도 이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기획 제작한 박물관 굿즈 브랜드 '뮷즈(MU:DS)'는 전시 개막 일주일 만에 준비된 물량이 완판됐다. 개막 첫 주 현장 주문 금액만 1억 원에 달했으며, 특히 청자 문양 접시 세트와 인왕제색도 무드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번 전시에는 국보 제216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국보 7건, 보물 15건이 포함됐다. 조선 왕실의 어좌 뒤에 놓였던 《일월오봉도》,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십장생도》, 고려시대 불교 문화를 보여주는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 등 선사시대부터 21세기 현대미술까지 한국 미술 1500년 역사를 망라한다.
설명에 나선 유흥준 국립중앙박물관장/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K-팝과 한국 영화에 영감을 받은 관객들이 K-컬처의 뿌리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10월 부임한 강경화 주미대사도 전시 축하 행사에 직접 참석해 문화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체이스 로빈슨(Chase Robinson)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실 전담 인력 확충 및 큐레이토리얼 연구 프로그램 강화 등 장기적 파트너십을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공식 후원사로서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The Frame)'의 아트 스토어에 이건희 컬렉션 주요 작품 20점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 워싱턴에서 계속된 후, 3월부터 7월까지 시카고 미술관(AIC), 9월부터 2027년 1월까지 영국 박물관(British Museum)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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