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라이(Jimmy Lai, 黎智英·78) 전 넥스트미디어 그룹 회장/보도영상 캡춰


홍콩 고등법원이 15일(현지시간) 민주화 운동가이자 언론인인 지미 라이(Jimmy Lai, 黎智英·78) 전 넥스트미디어 그룹 회장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하자,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이 17일 공동 성명을 통해 이를 규탄하고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1,800일 넘게 구금됐던 라이에 대한 이번 판결은 홍콩의 언론 자유와 사법 독립성을 둘러싼 국제적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G7 외교장관들과 유럽연합(EU) 고위대표는 공동 성명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하에서 진행된 지미 라이에 대한 기소와 유죄 판결을 규탄한다"며 "홍콩의 권리, 자유, 자치의 악화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표현의 자유와 의견의 자유, 그리고 언론의 자유는 홍콩 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다"며 "홍콩 당국에 이러한 기소를 중단하고 지미 라이를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156일간 진행된 이번 재판은 배심원 없이 행정장관이 지정한 3인의 국가보안법 전담 재판관(에스더 토, 알렉스 리, 수자나 달마다 레메디오스)에 의해 심리됐다. 재판부는 855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에서 라이를 "외세와 결탁하여 국가 전복을 기도한 급진적 정치 인물이자 주모자"로 규정했다. 재판관 에스더 토는 판결 낭독에서 "피고인이 성년기의 대부분 동안 중국에 대한 적의를 품어왔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주요 혐의는 외세와의 결탁 공모와 선동적 간행물 발행 공모 등이다. 재판부는 라이가 2019년 7월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면담하고, 《빈과일보(Apple Daily)》를 통해 161건의 기사를 게재해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특구 정부에 대한 증오를 선동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2020년 5월 진행된 "홍콩을 구하기 위한 홍콩인 1인 1편지" 캠페인이 결정적 증거로 채택됐다.

시위에 나선 지미 라이/보도영상 캡춰


영국은 영국 시민권자인 라이의 석방을 위해 중국 대사를 초치했다. 영국 외무장관은 의회 성명을 통해 "중국은 홍콩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만 우리는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시절부터 이어진 석방 요구가 무위로 돌아간 상황에서 키어 스타머 정부는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며 지미 라이의 석방을 무역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침묵시키기 위한 정치적 쇼"라고 중국을 압박했다. 휴먼라이츠워치와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도 이번 판결을 "언론 자유에 대한 사형 선고"이자 "가짜 재판"이라고 맹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궈자쿤 대변인은 "홍콩의 사법 절차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명백한 내정 간섭"이라며, 서방 국가들이 "인권이라는 가면을 쓰고 홍콩의 안정을 파괴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홍콩 정부도 "지미 라이는 언론 활동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국가 안보를 위해했기 때문에 처벌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그가 언론을 방패막이로 삼아 외세와 결탁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판결은 홍콩의 경제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상공회의소 회원사의 35% 이상이 자본이나 운영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판결 당일 항셍지수는 1.34% 하락했고 익일 1.54% 추가 하락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홍콩은 180개국 중 140위로, 2002년 18위였던 것에 비해 급락했다.

2026년 1월 12일로 예정된 정상 참작 심리 이후 최종 형량이 선고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종신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78세 고령인 라이가 옥중에서 생을 마감할 경우 국제적 순교자의 지위를 얻게 될 것이며, 이는 중국 외교에 영구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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