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너스 링크(Marinus Link)' 고압 직류 송전(HVDC) 프로젝트/삼성물산 건설부문 제공


삼성물산 건설부문(Samsung C&T)이 호주 국가 핵심 에너지 인프라 사업인 '마리너스 링크(Marinus Link)' 고압 직류 송전(HVDC) 프로젝트 주요 공사 계약을 따내며 약 4700억 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고 18일 밝혔다. 호주 멜버른에서 체결된 이번 계약은 호주 최남단 태즈메이니아 섬과 본토 빅토리아 주를 해저 케이블로 연결하는 국가적 프로젝트의 핵심 공사를 한국 기업이 담당하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물산은 말레이시아 가무다(Gamuda) 그룹 산하 호주 건설사 디티 인프라스트럭처(DT Infrastructure)와 50대 50 지분으로 조인트벤처(JV)를 구성해 총 9억9400만 호주 달러(약 94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했다. 이번 계약은 태즈메이니아 헤이브리지(Heybridge)와 빅토리아 헤이즐우드(Hazelwood)에 건설될 두 곳의 전력 변환소와 90킬로미터 길이의 육상 케이블 매설 공사, 해안 횡단 구간 시공을 포함한다.

'마리너스 링크(Marinus Link)' 고압 직류 송전(HVDC) 프로젝트 설명도/삼성물산 건설부문 제공


마리너스 링크는 태즈메이니아의 수력 발전 전력을 호주 본토로 보내기 위한 총 사업비 38억6000만 호주 달러 규모의 국가 프로젝트다. 1단계로 건설되는 750메가와트(MW) 용량의 송전망은 320킬로볼트(kV) 전압형(VSC) HVDC 기술을 채택했으며, 양방향 전송이 가능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프로젝트는 2026년 초 착공해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이번 수주는 지난해 12월 20일 체결된 한-호주 녹색경제 동반자 협정(Green Economy Partnership Arrangement, GEPA) 이후 나온 첫 대형 성과로 평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과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 크리스 보웬(Chris Bowen) 장관이 서명한 이 협정은 수소, 핵심 광물, 녹색 철강, 탄소 포집 및 저장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협력을 명시하고 있다.

'마리너스 링크(Marinus Link)' 고압 직류 송전(HVDC) 프로젝트 사업 위치도/삼성물산 건설부문 제공


삼성물산은 올해 호주에서만 1조 원 이상의 에너지 관련 수주를 달성했다. 7월 빅토리아 주 그나워(Gnarwarre)에서 대용량 배터리 저장 장치(BESS) 프로젝트 2000억 원 규모를 수주한 데 이어, 멜버른 재생에너지 허브(Melbourne Renewable Energy Hub)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는 삼성물산이 전통적인 건축·토목 중심에서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프로젝트 진행에는 환경적 과제도 놓여 있다. 육상 케이블 경로가 전 세계에 100여 마리만 남은 멸종 위기종 오렌지배무해앵무(Orange-bellied Parrot)의 서식지를 통과하면서, 호주 연방 환경부는 엄격한 승인 조건을 부과했다. 또한 빅토리아 주 와라타 베이(Waratah Bay)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단체가 해안 횡단 공사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지역 사회와의 소통이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삼성물산 호주 마리너스링크 HVDC 사업 서명식 (왼쪽부터 삼성물산 오세철 대표이사 사장, 마리너스링크 CEO, 스테파니 맥그리거 사장, 마리너스링크 샌드라 갬블 회장)/삼성물산 건설부문 제공


호주는 노후 석탄 발전소의 조기 폐쇄로 전력 공급 위기에 직면해 있다. 빅토리아 주 전력의 20%를 담당하던 얄로언(Yallourn) 발전소는 2028년 중반, 로이양 A(Loy Yang A) 발전소는 2035년 폐쇄 예정이다. 태즈메이니아의 수력 발전 전력을 본토로 연결하는 마리너스 링크는 이러한 전력 공급 공백을 메우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호주 연방 정부는 청정에너지금융공사(CEFC)를 통해 프로젝트에 최대 38억 달러 규모의 저리 융자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프로젝트의 자본 비용을 낮춰 최종 소비자의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시공사에게는 대금 지급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해외건설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5년 연속 300억 달러를 초과했으며, 과거 중동 플랜트에 편중되었던 수주가 호주와 같은 선진국 시장의 친환경 인프라로 다변화되고 있다. 삼성물산의 이번 성과는 한국 건설 산업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삼성물산 #마리너스링크 #HVDC송전망 #한호녹색동맹 #재생에너지인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