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가 18일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Fadu) 경영진 3명과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2023년 8월 코스닥 상장 당시 시가총액 1조5000억원에 달했던 '유니콘 기업'이 상장 과정에서 매출을 부풀렸다는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에 따르면 파두는 2023년 7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연간 매출 추정치를 1202억원으로 제시했으나, 상장 3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공개된 2분기 매출은 5900만원, 3분기 매출은 3억2100만원에 불과했다. 검찰은 파두 경영진이 상장 당시 이미 주요 거래처의 발주 중단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증권신고서에 고의로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 수사 과정에서 파두 대표가 에스케이하이닉스(SK hynix) 협력사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에스케이하이닉스 미래전략실 임원에게 차명으로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파두의 기술력과 사업 실체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결정적 증거로 평가된다.
하지만 파두는 검찰 기소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파두는 기소 직후 입장문을 통해 "상장 과정에서 당시 확보한 정보와 합리적 가정을 바탕으로 사업 전망을 설명했다"며 "상장 당시 매출 추정 기준에 대해 법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쟁점이고, 기술력이나 사업 실체 자체를 다투는 문제는 아니라고 인식한다"고 밝혔다.
파두는 또한 "향후 매출 가이던스와 사업 전망 관련 정보 공개에서 예측 정보 성격과 불확실성을 보다 명확히 구분하고 내부 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며 제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회사 측은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2023년 글로벌 낸드(NAND) 플래시 시장의 유례없는 침체를 지목하며, 당시 업계 전반이 공급 과잉과 데이터센터 투자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장 주관사인 엔에이치투자증권(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주관사가 파두의 허위 자료에 속은 피해자로 판단했으나, 증권신고서 부실 기재를 막지 못한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에 행정제재 검토를 의뢰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당시 규정상 상장 예비심사 시 직전 분기 말까지의 실적만 공시하면 됐고, 파두는 1분기 실적(176억원)만 기재한 채 참사가 벌어진 2분기 잠정 실적은 의무 공시 대상이 아니라며 누락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2024년부터 상장 예비심사 승인 후 상장 전까지 월별 매출액 등 잠정 실적 공시를 의무화하고, 상장 후 2년 내 부실 발생 시 주관사에 환매청구권 의무를 부여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기술 기업들이 강화된 심사 기준을 넘지 못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면서 IPO 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를 상대로 한국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역사상 IPO와 관련된 첫 대규모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파두의 시가총액은 현재 상장 당시의 4분의 1 수준인 4000억~5000억원대로 추락했다.
이번 사건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의 공시 투명성과 지배구조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으며, 파두 사태는 이러한 우려를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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