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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에서 19일 열린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관영 매체인 《노동신문》을 포함한 북한 미디어에 대한 일반 국민의 접근 차단을 해제할 것을 강력히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현행 정보 통제 시스템이 국민을 “선전·선동에 넘어갈 수 있는 피동적 존재”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성숙한 시민 의식을 바탕으로 한 ‘정보 주권’ 회복과 전향적인 개방 정책을 주문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70여 년간 지속된 우리 사회의 금기어인 ‘빨갱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며 정보 통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노동신문을 못 보게 막는 이유는 국민이 그 선전전에 넘어가서 빨갱이가 될까 봐 그러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는 국민 의식 수준을 너무 폄하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정보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주체적 존재로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19일 열린 통일부 업무보고/보도영상 캡춰


이 대통령은 단순히 빗장을 푸는 것을 넘어, 개방이 오히려 체제 우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이른바 ‘예방주사(Inoculation)’ 이론을 제시했다. 대통령은 “오히려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저러면 안 되겠구나’ 생각할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폐쇄된 정보가 주는 신비감을 없애고, 북한 선전 매체의 조잡함과 현실 괴리를 드러내는 것이 안보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지시는 관료 조직의 기존 관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홍진석 통일부 평화교류실장이 이를 단계적인 ‘국정과제’로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이런 걸 무슨 국정과제로 하느냐. 그냥 풀어놓으면 되지”라고 질타하며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정부 부처 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도 드러났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통일부는 (개방) 입장인데, 국정원은 국정원법에 근거한 특수자료 지침에 의해 묶어 놨다”고 토로했다. 현재 《노동신문》 등은 ‘특수자료’로 분류되어 인가받은 특수자료 취급기관 내의 지정된 장소에서만 열람이 가능하다.

홍진석 실장은 “현행법상 일반 국민이 노동신문을 실시간으로 접할 방법이 없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 매일 아침 많은 언론인이 노동신문을 인용해 기사를 쓰고 많은 연구자가 노동신문을 인용해 연구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는 사실상 정보가 특권층에게만 허용되고 일반 국민에게는 차단된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인정한 셈이다.

이번 논의는 과거 분단 시절 서독(서독일연방공화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독은 동독 공산당 기관지인 《노이에스 도이칠란트(Neues Deutschland)》의 판매와 동독 방송 시청을 금지하지 않았다. 서독 시민들은 동독 매체의 경직된 선전을 보며 오히려 체제에 대한 반감을 가졌고, 이는 서독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국제사회의 기준 또한 이번 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유엔(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었던 프랭크 라 뤼(Frank La Rue)는 안보를 이유로 한 표현의 자유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국가보안법 제7조가 공익적 토론을 저해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대한민국이 비준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역시 국경을 초월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어, 현행 차단 정책은 국제 규범과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향후 국정원과 협의하여 ‘특수자료 취급지침’을 개정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https 차단 해제 등 행정 조치를 우선적으로 시행할 전망이다. 아울러 법무부와 대검찰청을 통해 단순한 북한 매체 접근이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확히 하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와 법적 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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