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미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해 온 재미 한인 과학자 김태흥(40·미국명 윌 킴) 씨가 지난 7월 21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SFO)에서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구금된 지 117일 만인 11월 15일 텍사스주 레이먼드빌의 엘 발레(El Valle) 이민구치소에서 석방됐다. 텍사스 A&M 대학교(Texas A&M University) 박사과정에서 라임병 백신을 연구 중이던 김 씨는 남동생 결혼식 참석차 한국을 2주간 방문한 뒤 귀국하던 중 체포됐다.
CBP는 김 씨가 14년 전인 2011년 텍사스에서 소량의 대마초 소지 혐의(경범죄)로 기소돼 사회봉사 명령을 이행한 전력을 구금 사유로 들었다. CBP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에 "영주권자가 마약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신분을 위반할 경우 구금될 수 있다"며 김 씨가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김 씨는 해당 기록이 대중에 공개되지 않도록 법원에 비공개 청원을 해 승인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10월 열린 이민법원 심리에서 미 국토안보부(DHS)는 김 씨의 체포 및 구금을 정당화할 적절한 문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미교협)에 따르면 이민법원은 김 씨에 대한 추방 사건을 기각(Dismissed)했으며, DHS가 30일간의 항소 기한 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석방이 법적으로 확정됐다.
김 씨는 구금 초기 SFO 공항에서 7월 21일부터 29일까지 8~9일간 변호사 및 가족 접견이 거부된 채 불법 억류됐다. 이후 애리조나주를 거쳐 텍사스주 구금 시설로 이감됐다. 미교협은 "72시간을 초과한 공항 억류는 매우 불법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의 변호인이 CBP 관계자에게 연락했을 때 해당 관계자는 "김 씨가 변호사와 통화할 권리가 없으며 헌법이 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8일 그레이스 멩(Grace Meng) 하원의원이 의장을 맡고 있는 미 의회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코커스(CAPAC)는 DHS, CBP, 이민세관단속국(ICE) 지도부에 김 씨의 사례를 적시한 공식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 CAPAC은 서한에서 "미국 헌법은 이민 신분에 관계없이 미국 내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적법절차 보호를 제공한다"며 영주권자인 김 씨에게 변호인 조력과 적법절차를 보장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질타했다.
미국대학 교수협회(AAUP)는 8월 25일 공식 성명을 통해 김 씨가 "훌륭한 학생 신분(student in good standing)"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확인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AAUP는 이 사건을 "트럼프 행정부의 가혹한 이민 집행"과 "유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의 상징으로 규정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학자 포럼(AASF)도 7월 30일 "영주권자조차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소름 끼치는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 씨의 어머니 샤론 리(Sharon Lee) 씨는 구금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자유와 평등의 약속을 믿고 아이들과 이 나라에 왔다"며 "내 아이들은 미국 외에 다른 집을 알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이예훈 씨는 8월 2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방미 중이던 이재명 대통령에게 아들의 석방을 호소하는 편지를 직접 전달했다.
DHS가 항소를 포기하여 석방이 법적으로 확정됐음에도 ICE는 추가로 4일간 김 씨를 구금했다. 미교협은 11월 16일 성명에서 "김 씨가 집으로 돌아가게 되어 매우 기쁘다"면서도 "김 씨의 4개월 구금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미교협은 이번 사건이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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