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의원 홈페이지 사진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오는 23일 소집 예정인 제219회 통상국회 초반에 중의원을 해산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이 10일 보도한 이 내용은 취임 2개월 만에 73%의 이례적인 지지율을 기록 중인 다카이치 총리가 한국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 등 외교적 호재가 겹치는 1월을 승부처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카이치 총리의 조기 해산 검토는 전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참패를 반면교사 삼은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2024년 10월 총선에서 자민당은 247석에서 191석으로 급감하며 단독 과반을 상실했고, 연립 여당인 공명당마저 32석에서 24석으로 의석이 줄어들면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이어진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패배하며 '중참 양원 소수 여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현재의 높은 내각 지지율이 자신의 개인적 인기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자민당 자체에 대한 20%대 저조한 정당 지지율이 변수로 작용하기 전에 선제적 해산을 단행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헌법 7조는 천황의 국사행위 중 하나로 중의원 해산을 명시하고 있으며, 역대 총리들은 이를 근거로 자신에게 유리한 시점에 해산권을 행사해왔다.
1월 해산안의 가장 큰 장점은 외교적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13일부터 14일까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Nara Prefecture)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어 15일부터 17일까지는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일본을 공식 방문한다. 특히 나라 정상회담에서는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위치한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 유해 발굴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1942년 2월 3일 발생한 조세이 탄광 사고로 183명의 광부가 수몰됐으며, 이 중 136명은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였다. 지난해 8월과 10월 한일 시민단체와 민간 잠수사들의 노력으로 갱도 입구가 열리고 유해 일부가 확인되면서 한국 정부는 일본 측에 전향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유해 발굴 지원이나 공동 조사 위원회 구성을 수용할 경우, 1965년 청구권 협정의 법적 틀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과거사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1월 해산에는 리스크도 만만찮다. 예산 심의 지연에 따른 국정 공백 비판과 노토 반도 지진 등 재해 대응 소홀 프레임에 노출될 수 있다. 연립 여당 파트너인 공명당은 선거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의 조기 해산에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인 122조3000억 엔의 2026년 예산안 통과를 위해서는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도 변수다.
다카이치 총리의 또 다른 고민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대만 유사는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라고 명시하며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중국 상무부는 올해 1월 6일 중희토류, 텅스텐, 갈륨, 게르마늄 등 이중 용도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발표하며 사실상의 경제 보복에 나섰다. 일본은 이들 품목의 60~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조기 해산이 성공할 경우 헌법 개정과 재무장이라는 일본 보수 진영의 숙원 실현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되, 대만 문제 등에서 원치 않는 분쟁에 연루되지 않도록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이 탄광 이슈를 계기로 법적 배상 논쟁을 우회한 '인도적 협력' 모델을 정착시켜 사도 광산 등 다른 과거사 문제로 확장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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