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위키백과
아르헨티나가 미국 재무부로부터 빌린 긴급 자금을 전액 상환했다. 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25억 달러 규모로 인출했던 통화 스와프 자금을 모두 갚았다고 발표했다.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은 이를 통해 국가 부도 위기에서 한 발 물러섰음을 천명했다. 미국 재무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장관은 “수천만 달러의 이자 수익(tens of millions in profit)”을 올렸다고 강조하며, 이번 거래가 단순한 원조가 아닌 상업적 금융 지원임을 밝혔다.
이번 상환은 단순한 채무 정산을 넘어 미국의 새로운 대외 전략을 보여준다. 베센트 장관은 이를 “경제적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Economic Strength)”의 첫 번째 성공 사례라 규정했다. 이는 과거 군사적 개입이나 무상 원조 중심의 중남미 정책에서 벗어나, 금융을 통한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접근을 의미한다.
아르헨티나는 상환 직후 6개 국제 은행과 30억 달러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계약을 체결했다. 담보로는 아르헨티나 국채가 제공되었으며, 금리는 미국 무위험 지표 금리인 SOFR에 400bp를 더한 약 7.4% 수준으로 설정됐다. 이는 미국 정부의 긴급 자금에서 민간 금융시장으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지원은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왔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은 “아르헨티나는 미국의 시스템적 위험 요소가 아니며, 이는 납세자의 돈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친구인 밀레이를 지원하는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국 재무부가 환율안정기금(ESF)을 활용한 점은 정치적 판단이 경제적 논리를 앞섰다는 지적을 낳았다.
밀레이 정부의 급진적 긴축 정책은 거시경제 지표를 안정화시키는 성과를 냈다. 월간 인플레이션은 2.7%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되었고, 국가위험도 지표도 개선됐다. 그러나 무료 급식소 지원 중단과 원주민 토지권 약화 등 사회적 갈등은 여전히 심각하다. 리튬 채굴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와 원주민 생존권 침해는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문제로 남아 있다.
한국 외교에도 시사점은 크다. 미국은 아르헨티나에는 200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를 제공했지만, 한국과의 상시 통화 스와프에는 미온적이다. 이는 미국이 금융 지원을 정치적 보상과 전략적 필요에 따라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등 미국이 원하는 전략적 이익을 제시해야 금융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가치 외교를 유지하면서 실리를 추구하는 균형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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