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 27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전날 오후 10시 25분께 같은 방식으로 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만이다.
윤 대통령은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 선포했다"며 "그러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표 이후 정부는 오전 4시30분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설명했다.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국무위원들이 성원이 될 때까지 대기하느라 실제 의결까지는 시차가 생긴 것이다.
앞서 국회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자 새벽 1시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해제하면서도 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와 탄핵은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서 야당의 잇따른 국무위원·검사 탄핵과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 등을 계엄 근거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없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며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전 사회에서 증폭되기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 한 시간 만에 계엄사령부가 설치됐고,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돼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발표됐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임명되는 계엄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또 국회에는 군과 경찰 병력이 국회에 진입하며 본회의 의결을 저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 보좌관들과 시민들에 막혀 국회 진입에 실패한 계엄군은 국회 창문을 깨고 국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야당 주도로 열린 본회의에 국민의힘 소속 친한계(친 한동훈) 의원까지 190명이 참석해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면서 계엄 동력은 급속히 빠지기 시작했다.
이같은 소식을 실시간 외신들이 1면으로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 직후인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민주주의를 중시해온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의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고 평가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틀로 외교 정책을 펼치면서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를 어떻게 다룰지 "힘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NYT는 한국이 지난 수십년간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였던 이유는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국가들과 경쟁하는 이 지역에서 한국이 민주주의의 봉화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가 민주주의 촉진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계엄령이 그에게 특히 아프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비상계엄 해지 직후인 4일(현지시간) 로이터는 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충격적인 심야 계엄령 선포는 국내 반대파, 언론, 심지어 자신이 소속된 보수당과 수년간 충돌을 가져왔고 그의 정치적 미래를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은 이번 조치가 "절박하고 위험해 보인다"며 윤 대통령 임기의 종말을 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미 인기가 없었지만 이번 사건은 탄핵 절차를 진전시키는 마지막 지푸라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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