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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을 비롯한 주요 곡물들이 현재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8천만 년에 걸친 장대한 진화 과정을 거쳤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밀, 쌀, 보리,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은 모두 약 1만 종을 포함하는 화본과에 속한다. 이들의 기원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풀과 식물의 화석 화분은 6천만~7천만 년 전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공룡 화석 분변에서 발견된 증거다. 초식 공룡의 분변 화석을 분석한 결과, 풀잎 표피에서만 발견되는 특수한 세포들이 확인됐다. 이는 풀과 식물의 기원이 8천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우리가 먹는 빵밀의 진화 과정은 특히 복잡하다. 빵밀은 단순한 돌연변이 축적이 아닌 두 차례의 교잡을 통해 탄생했다. 약 1만 년 전 첫 번째 교잡에서는 T. urartu와 T. speltoides가 결합해 4배체 밀을 만들었고, 이후 T. tauschii와의 두 번째 교잡을 통해 현재의 6배체 빵밀이 탄생했다.

인류 문명의 발달과 함께 밀의 품종도 다양화됐다. 가장 오래된 재배 밀인 아인콘밀은 1만~4만 년 전 터키 남동부에서 재배가 시작됐다. 이후 에머밀, 듀럼밀 등이 차례로 개발되며 현재의 다양한 밀 품종이 형성됐다.

특히 신석기 시대 농민들은 껍질이 단단한 밀에서 쉽게 떨어지는 낟알을 가진 품종을 선택적으로 재배했다. 이들은 유전학적 지식 없이도 실용적 필요에 의해 현재 우리가 먹는 밀의 특성을 만들어냈다.

연구진은 분자시계 분석을 통해 밀과 쌀이 약 4천만~5천4백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졌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면 4천5백만~6천만 년 전 밀·쌀과 수수의 공통 조상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는 화분학, 세포유전학, 분자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를 종합한 결과다. 특히 DNA와 단백질 서열 분석을 통한 분자시계 기법이 곡물 진화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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