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인한 유럽의 보건 재난/AI 생성 참조 이미지


지난해와 올해 연속된 유럽의 여름은 폭염의 치명성을 다시금 보여줬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직접적 결과라고 지적하며, 단순한 이상기온을 넘어 생명과 사회 전반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경고하고 있다.

2년 연속 10만명 넘는 희생

바르셀로나 글로벌보건연구소(ISGlobal)는 유럽 35개국의 사망 데이터를 분석해 2022년 여름 폭염 사망자가 6만8천593명에 이르렀다고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이후 보정 연구에서는 최대 7만명 이상으로 추정됐다. 이어 2023년 여름 역시 유럽 32개국에서 6만2천77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다소 줄었으나,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23% 증가한 수치다.

특히 두 해 모두 사망의 절반 이상이 남유럽에서 발생했다. 2022년에는 이탈리아(1만8천명), 스페인(1만1천명), 독일(8천명)이 피해 상위 국가로 꼽혔으며, 2023년 역시 이탈리아가 약 1만9천명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했다.

폭염, “침묵의 살인자”

수석 연구원 조안 발레스터는 폭염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표현했다. 직접적인 사인으로 기록되지 않지만, 심혈관계와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켜 돌연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7월 18∼24일 단 일주일 동안 1만1천63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은 남성보다 63% 더 많이 희생됐고, 전체 사망자의 60%는 8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연구진은 “남부 유럽에 거주하는 고령 여성”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의 직접적 결과

ISGlobal의 귀인(attribution) 연구는 2022년 폭염 사망자의 56%, 약 3만8천명이 인위적 온난화가 없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사 벡 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기후 변화를 미래 문제로 여기지만, 이미 우리의 건강과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빠른 온난화를 겪고 있다. 대기 중 에어로졸 감소, 북극 증폭, 제트기류 변화가 겹치며 폭염이 더욱 빈번하고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의료·도시 시스템의 압박

더위는 응급실과 의료 인프라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이탈리아 응급의학회(SIMEU)는 2023년 여름 정점기에 일부 지역 응급실 이용이 20% 늘었다고 보고했다. 알레산드로 리카르디 회장은 “허약하거나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는 병원 치료가 더 많이 필요했고 이는 독감 유행기처럼 병원 서비스에 압박을 가중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도 폭염 기간 응급실 방문이 평소의 두 배로 늘어났으며, 이는 독감 유행 절정기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대응과 전망

전문가들은 유럽이 여전히 폭염 대비에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국가는 행동계획과 건강감시 체계를 갖췄지만, 실행력과 예산, 취약계층 보호에서 차이가 크다. 유럽환경청(EEA)의 제라르도 산체스는 “더위로부터의 보호는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수 의약품’처럼 취급돼야 한다”며 냉방 인프라 확충을 강조했다.

학계는 도시 녹지 확대, 냉방 지원, 조기경보 시스템 정착, 고령자와 여성에 대한 표적 보호를 핵심 해법으로 제시한다.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 없이는 적응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의 기록적 사망자는 단순한 기후 통계가 아니라 사회적 경고다. 이미 시작된 위기를 방치한다면,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은 앞으로 매년 되풀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의 경고대로, 지금 필요한 것은 보다 빠르고 강력한 적응과 감축 정책이다.

#유럽폭염 #폭염사망 #기후위기 #남유럽 #이탈리아 #응급실압박 #고령층취약 #여성취약 #도시열섬 #냉방인프라 #조기경보 #온실가스감축 #외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