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의 퍼서비어런스 로버는 2024년 7월 화성의 제제로 분화구에 있는 '체얀바 폭포'라는 별명이 붙은 붉은 바위에서 표범 반점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이 반점이 수십억 년 전 이 바위에서 일어난 화학 반응으로 미생물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설명도 고려 중이다./NASA 자료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에서 고대 미생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발견은 과거의 논란 많았던 주장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으나, 결정적 확증을 위해서는 샘플의 지구 귀환이라는 거대한 과제가 남아있어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사파이어 캐니언' 샘플의 비밀
NASA는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사파이어 캐니언(Sapphire Canyon)' 암석 샘플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 발표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관련 논문이 게재된 직후 이루어진 것으로, 1년간의 엄격한 동료 심사를 거쳐 과학적 신뢰도를 확보했다.

발견의 핵심은 고대 호수 바닥이었던 '예제로 충돌구'의 '브라이트 엔젤' 지층에서 발견된 독특한 암석에 있다. 2024년 7월 21일 채취된 이 샘플은 점토가 풍부한 이암(mudstone)으로, 생명의 기본 구성 요소인 유기 탄소와 함께 특정 철 함유 광물인 비비아나이트(vivianite)와 그레이자이트(greigite)가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구에서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며 에너지를 얻는 대사 활동(산화-환원 반응)의 결과물과 매우 유사하다. 숀 더피(Sean Duffy) NASA 국장 대행은 이번 발견을 "지금까지 우리가 화성에서 발견한 가장 명확한 생명의 징후"라고 평가했으며, 니키 폭스(Nicky Fox) NASA 과학임무국장 역시 "실제로 가장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면서도 생명체 자체가 아닌 "남겨진 흔적"임을 분명히 했다.

신중론의 배경, '비생물학적 가능성'
이처럼 강력한 정황 증거에도 불구하고 NASA와 과학계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생명체의 개입 없이 순수한 화학 반응만으로도 유사한 광물이 생성될 수 있는 '비생물학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논문의 주 저자인 조엘 휴로비츠(Joel Hurowitz) 박사는 "로버 데이터만으로는 그러한 과정들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현재 로버에 탑재된 장비의 기술적 한계를 인정했다. 로버의 분석 결과, 고온이나 강산성 조건과 같은 일부 비생물학적 형성 경로는 배제되었으나, 저온 환경에서 유기 화합물이 미생물 없이 촉매 역할을 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과거의 교훈, 바이킹과 화성 운석
과학계의 이러한 신중함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1976년 바이킹 탐사선은 대사 활동으로 보이는 가스 방출 신호를 감지했으나, 생명의 필수 요소인 유기물을 발견하지 못해 미스터리로 남았다. 1996년에는 화성 운석 'ALH84001'에서 미세 화석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발견되어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이후 비생물학적 과정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는 반론에 부딪혔다.

이번 '사파이어 캐니언' 발견은 유기물과 대사 활동의 결과로 추정되는 광물이 거주 가능했던 환경에서 함께 발견된 '시스템 수준'의 증거라는 점에서 과거 사례들보다 훨씬 설득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정적 증거는 지구에… MSR 임무의 딜레마
결론적으로,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는지에 대한 최종적인 답은 '사파이어 캐니언' 샘플을 지구로 가져와 최첨단 장비로 분석해야만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 NASA는 유럽우주국(ESA)과 함께 '화성 샘플 귀환(Mars Sample Return, MSR)' 임무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MSR 임무는 현재 최대 11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 초과와 일정 지연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번 발견으로 MSR 임무의 과학적 당위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임무의 실행 가능성은 오히려 가장 불투명한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번 발견은 화성의 거주 가능 기간이 기존 예상보다 더 길었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미래 탐사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류의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이 화성 표면의 작은 샘플 튜브 안에 담긴 채, 이제 그 운명은 지구의 예산과 정치적 결정에 달리게 되었다.

NASA의 퍼서비어런스 화성 탐사선이 2024년 7월 23일에 개별 이미지 62장으로 구성된 이 셀피를 촬영했다. '체얀바 폭포'라는 별명을 가진 바위는 화성이 오래전에 미생물이 살았던 곳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특징으로, 이미지 중앙 부근 탐사선 왼쪽에 있다./NASA 자료


#NASA #화성 #생명체 #퍼서비어런스 #사파이어캐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