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값 상승 이미지/AI 생성


2025년 금 시장이 역사적인 강세장을 이어가며 온스당 3700달러를 상회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과 각국 중앙은행의 구조적 탈달러화 추세, 고조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5년 9월 기준 금 가격은 온스당 3761.30달러, 3753.90달러 등을 기록했으며, 선물 가격은 3746.20달러라는 새로운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연초 대비 수익률이 40%를 초과하면서 1979년 이래 가장 강력한 연간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 금리 인하로 실질금리 하락

금 랠리의 가장 중요한 순환적 동인은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다. 연준은 2025년 9월 올해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25bp(0.25%포인트) 낮췄다. 시장은 연말까지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9월 FOMC 회의에서 공개된 점도표(dot plot)는 2025년 중 총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둔화되는 노동 시장과 경기 침체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위험 관리성 인하(risk-management cut)"로 평가된다.

명목금리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실질금리는 금 보유의 기회비용을 나타낸다. 연준의 완화적 정책 전환으로 실질금리가 더욱 하락하면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상대적 매력이 극적으로 높아졌다.

2025년 근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2.8%로 전망되며, GDP 성장률 전망치가 0.8~0.9%로 하향 조정되는 등 둔화된 성장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조합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달러 약세로 금 매입 비용 절감

2025년 미국 달러화의 약세도 금 가격 상승에 기계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 달러 지수(DXY)는 2025년 상반기에만 10.7% 하락하며 지난 50년 내 최악의 상반기 성과를 기록했다.

달러 약세는 미국의 성장률 전망 하향, 관세 정책 및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미국 자산으로부터의 자금 이탈 현상에 기인한다. 금은 국제적으로 미국 달러로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달러 약세는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구매자들에게 금을 더 저렴하게 만들어 실질적인 글로벌 수요를 증가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앙은행 탈달러화로 구조적 수요 증가

현재 금 강세장의 구조적 기반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역사적인 금 매입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2024년까지 3년 연속으로 연간 1000톤 이상의 금을 순매수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2025년에도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다.

2025년 1분기 순매수량은 244톤, 2분기는 166톤으로 상반기 총 415톤을 기록했다. 주요 매입국으로는 폴란드(2025년 상반기 최대 매입국), 18개월 이상 연속으로 금 보유량을 늘린 중국, 그리고 터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등이 있다.

이러한 매입은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 정책에 대한 우려 속에서 외환보유고를 미국 달러에서 다각화하려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전략의 일환이다. 세계금협회(WGC)의 2025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앙은행 관계자의 95%가 향후 글로벌 금 보유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ETF 자금 유입과 실물 수요 증가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 역시 안전자산을 찾아 금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었다.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 몇 년간의 유출 추세를 뒤집고 2025년에 기록적인 자금 유입을 경험했다.

2025년 상반기 글로벌 금 ETF 수요는 397톤에 달해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상반기 수치를 기록했다. 2025년 9월 기준 금 ETF 보유량은 거의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실물 금괴 및 금화에 대한 수요 또한 견조하여 2025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으며, 특히 중국 투자자들이 수요를 주도했다.

반면 가격에 민감한 주얼리 수요는 위축되었다. 기록적인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금의 소비자 가격이 급등하면서, 2025년 2분기 전 세계 주얼리 수요는 물량 기준으로 14% 감소하여 팬데믹 시기의 낮은 수준에 근접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 지속

현재 금 가격에 반영된 리스크 프리미엄은 단일 사건이 아닌, 여러 지속적인 글로벌 갈등이 누적된 결과다. 미국 관세 정책으로 촉발된 미-중 무역 갈등은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투자자들을 금으로 이끌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안정을 저해하고 에너지 및 공급망에 지속적인 충격을 주며 안전자산 수요를 지지하고 있다. 또한 격화되는 중동의 불안정성은 위기 발생 시 즉각적인 자금의 안전자산 이동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금은 다른 자산군과의 낮은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보호하는 핵심적인 수단으로 기능한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 통화가치 하락과 같은 경제적 리스크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결합된 현재 상황에서 금은 "최적의 헤지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금 가격도 사상 최고치 경신

국내 금 가격 역시 국제 시세와 동조하며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2025년 9월 21일 기준, 국내 소매시장에서 순금(24K)을 살 때 가격은 1돈(3.75g)당 약 728,000원이었다. 다른 거래소에서도 716,000원에서 725,000원 사이의 유사한 시세를 형성했다.

국내 금 가격은 국제 금 가격(USD/온스)을 현재의 원/달러 환율로 환산한 뒤, 온스를 돈 또는 그램 단위로 변환하여 기준 가격을 산출한다. 여기에 국내 수급 상황에 따른 프리미엄과 소매 거래 시 부가가치세 등이 더해져 최종 가격이 결정된다.

2025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으므로 원화는 달러 대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원화 강세가 완충재 역할을 하여 원화 기준 금 가격 상승률이 달러 기준 상승률보다는 다소 낮았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5년 초 금리를 인하한 후, 8월까지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이는 0.8~0.9%로 전망되는 낮은 국내 성장률에 대응하기 위한 완화적 기조다. 이처럼 낮은 국내 금리와 성장 둔화 환경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6년 4000달러 돌파 전망 우세

주요 금융기관들은 금 시장에 대해 강력한 강세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다. J.P. Morgan은 2025년 4분기 평균 가격을 온스당 3675달러로 예상하며, 2026년 중반까지 4000달러를 향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는 더욱 낙관적으로 2026년 평균 가격을 40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2025년 말 3700달러에 도달하고, 특정 조건 하에서는 2026년까지 4500달러 또는 5000달러에 근접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향후 금 가격은 2025년 랠리를 이끌었던 핵심 동인들의 전개 양상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강세 시나리오는 예상보다 깊은 미국 경기 침체로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거나,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되는 경우, 혹은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어 달러 및 미국 국채로부터 자금이 이탈하는 '블랙스완'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촉발될 수 있다.

기본 시나리오는 현재와 같은 환경, 즉 점진적인 통화 완화, 통제 가능한 수준의 인플레이션, 지속적인 중앙은행 매수세, 높은 수준의 지정학적 긴장이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다.

약세 시나리오는 지정학적 긴장의 극적인 완화, 예상 밖의 미국 경제 회복으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중단하거나 되돌리는 경우, 그리고 미국 달러와 주식시장이 강력한 랠리를 펼쳐 금으로부터 자금을 이탈시키는 경우에 현실화될 수 있다.

하방 리스크로는 예상보다 견고한 미국 경제 지표가 2026년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을 제한할 수 있고, 주식시장의 강세가 지속될 경우 안전자산인 금에서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 막대한 랠리 이후 투기적 포지션이 과도하게 쏠릴 경우 차익 실현 매물로 인한 가격 조정 가능성도 존재한다.

2025년의 금 시장은 거시경제, 구조적 수요, 지정학적 요인이 완벽한 폭풍을 이루며 역사적인 강세장을 연출했다. 2026년 이후의 전망 역시 이러한 핵심 동인들이 지속될 것이라는 컨센서스 아래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금이 단순한 상품을 넘어, 심화되는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가치를 보존하고 포트폴리오를 방어하는 필수적인 전략 자산으로 그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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