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란 맘다니 신임 뉴욕시장/보도영상 캡춰


미국 뉴욕시 차기 시장인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34)가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민자들에게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단속에 맞설 수 있는 구체적 행동 지침을 공개하면서 트럼프(Donald Trump) 2기 행정부와의 정면 충돌 양상이 격화되고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DSA) 소속으로 11월 5일 뉴욕시장에 당선된 맘다니는 영상 성명에서 "판사가 서명한 영장이 없다면 문을 열어줄 의무가 없다"며 뉴욕 거주 300만 이민자들에게 ICE 단속 거부 권리를 적극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ICE는 법적으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다"고 경고하며, 이민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내가 가도 되는가(Am I free to go)?"라고 반복적으로 물어 자신의 법적 상태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이번 선언은 지난 11월 22일과 29일, 그리고 12월 초 맨해튼 차이나타운 인근 커널 스트리트(Canal Street)에서 발생한 ICE와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의 대규모 급습 작전에 대한 직접적 반응이다. 국토안보부(DHS)는 작전에서 강도, 가정 폭력, 마약 밀매 전과가 있는 9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으나, 현장 목격자들은 무장 요원들이 노점상들을 무차별적으로 추격했다고 증언했다.

맨해튼 차이나타운 인근 커낼가(Canal Street)에서 연방 이민단속국 ICE가 대규모 기습 단속 작전을 벌이는 모습/보도영상 캡춰


11월 29일 작전 당시에는 약 200여 명의 이민자 권익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ICE 차량 진로를 막아서며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쓰레기통과 금속 바리케이드로 주차장 출구를 봉쇄했으며, 일부 차량이 시위대를 뚫고 나가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크리스토퍼 마르테(Christopher Marte) 시의원은 "뉴욕시 경찰(NYPD) 전략대응팀이 ICE 요원들이 체포를 감행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고 비난했다.

맘다니의 조언은 미국 수정헌법 제4조에 근거한 법적 권리에 기초하고 있다. 수정헌법 제4조는 부당한 수색과 압수로부터 신체, 주거, 서류 및 소유물의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를 명시하며, 이는 시민권자뿐만 아니라 미국 내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핵심은 사법 영장(Judicial Warrant)과 행정 영장(Administrative Warrant)의 차이다.

사법 영장은 연방 법원 판사가 '상당한 근거(Probable Cause)'를 입증받아 발부하며, 거주자의 동의 없이도 강제 진입이 가능하다. 반면 행정 영장은 ICE나 CBP 등 이민 당국 내 고위 관료가 발부하는 것으로, 거주자나 소유주의 자발적 동의 없이는 사적 공간에 진입할 수 없다. 대다수 ICE 단속 현장에서 요원들이 소지하는 것은 행정 영장이며, 이 경우 거주자가 진입을 거부하면 요원들은 강제로 들어올 헌법적 권한이 없다.

이는 기존 에릭 애덤스(Eric Adams) 시장의 온건한 피난처 도시 정책과 질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맘다니는 "우리는 모든 이민자를 보호할 것이며, ICE의 단속에 맞설 것"이라고 천명하며 뉴욕시를 연방 이민 정책의 저항 거점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차르(Border Czar)'로 지명한 톰 호먼(Tom Homan) 전 ICE 국장 대행은 즉각 반발했다. 호먼은 11월 18일 "뉴욕은 피난처 도시 단속의 최우선 타깃"이라고 선언하며, "뉴욕시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력을 두 배, 세 배로 늘려 거리와 직장에서 직접 체포(At-large arrest)를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연방 법 집행을 방해하는 지방 정부 관료들에 대한 사법 처리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게임 온(Game On)"이라고 맞받아쳤다.

뉴욕주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 엘리스 스테파닉(Elise Stefanik)도 맘다니를 "급진 사회주의자"로 비난하며, 피난처 도시 정책을 고수하는 지자체에 대해 연방 정부의 교부금 및 치안 유지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 사태는 뉴욕 한인 사회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권센터(MinKwon Center for Community Action)의 김갑송 국장은 "최근 단속 공포로 인해 직원들이 출근을 거부하면서 다수의 한인 네일 살롱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밝혔다. UCLA 연구에 따르면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 네일 비즈니스의 70~80%를 한인이 소유하고 있다.

최근 필라델피아 지역의 대형 아시안 마트가 ICE 급습을 받아 직원들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 지역 한인 마트와 식당가에도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민권센터와 한인 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그 지지층의 반이민 정서가 1992년 LA 폭동 당시와 같은 인종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번 충돌은 한국 정부와 주뉴욕 총영사관에도 복잡한 외교적 과제를 안겼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안보 및 통상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야 하면서도, 한인 밀집 지역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맘다니 시정부와도 협력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 건설 현장에서 9월 발생한 ICE 급습 사건도 한미 관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300여 명이 구금되었으며, 한국인 노동자들이 수갑을 찬 채 연행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한국 내 여론이 악화되었다. 한국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강력히 항의했다.

맘다니는 2026년 1월 1일 뉴욕시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맘다니와 트럼프 행정부의 충돌은 미국 전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연방-지방 정부 간 권한 다툼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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