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상장코드: 030200)가 16일 차기 대표이사(CEO) 최종 후보 1인을 선출한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부회장),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 3인을 최종 후보로 확정하고 심층 면접을 진행 중이다.

이번 CEO 선임은 올해 발생한 펨토셀(Femtocell) 해킹 사태로 2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보안 위기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수조 원대 AI 동맹을 통한 'AICT(AI+ICT)' 기업 전환이라는 이중 과제가 걸린 중요한 결정이다. 특히 해킹 사태가 북한 및 중국 연계 해커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가 안보 차원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내부 안정형 vs 혁신 주도형 대결 구도

박윤영 후보는 1992년 한국통신 연구원으로 입사해 30년 가까이 재직한 'KT맨'이다. 그는 KT 재직 시절 기업사업부문장으로서 태국 3BB TV에 240억 원 규모의 IPTV 플랫폼을 수출하는 등 글로벌 B2B 사업 확장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세 번째 CEO 도전으로 내부 지지 기반이 탄탄하지만, 2020년 12월 퇴임 이후 약 5년간 현장을 떠나 있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홍원표 후보는 KT 출신이면서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 삼성SDS 대표를 거쳐 SK쉴더스 대표를 역임한 '하이브리드형' 리더다. 그는 SK쉴더스 대표 재직 시절(2023-2024) 물리 보안과 정보 보안을 융합한 사업 모델을 주도했으며, 삼성전자 시절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펨토셀 해킹으로 물리적·논리적 보안이 모두 뚫린 현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내부에서는 '외부 인사'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

주형철 후보는 SK텔레콤과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역임한 정책통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데이터 댐' 프로젝트 등 국가 차원의 AI 및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전략을 주도했다. 그러나 2011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로 재직하던 당시 네이트와 싸이월드에서 3,5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대형 해킹 사건이 발생한 이력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 MS와 2.4조 원 AI 파트너십 실행 과제

차기 CEO는 해킹 사태 수습과 함께 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실행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KT는 MS와 향후 5년간 2.4조 원을 공동 투자하여 한국형 특화 AI 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2025년 2,690억 원 수준인 AI 관련 매출을 2029년까지 1.4조 원으로 5배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이번 해킹 사태는 해커들이 불법 개조된 초소형 기지국인 펨토셀을 차량에 싣고 이동하며 KT 가입자의 단말기를 강제로 접속시켜 인증 정보를 가로채는 '중간자 공격(Man-in-the-Middle Attack)'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 수법이 단순 금전 탈취를 넘어 도청이나 감청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검거된 중국인 피의자가 "윗선(중국 내 조직)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하면서 초국적 사이버 범죄 조직 또는 국가 지원 해킹 그룹의 소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외국인 투자자 44% 지분, 지배구조 주목

KT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44%에 달하며, 실체스터(Silchester·4.33%), T. 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4.11%) 등 영미권 장기 투자 펀드가 주요 주주로 포진해 있다. 이들은 정치적 독립성과 주주환원 정책을 보장할 전문 경영인을 요구하고 있어, 이번 CEO 선임 과정이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특히 경쟁사인 SK텔레콤이 올해 초 발생한 유사 보안 사고 당시 56회에 걸친 브리핑을 통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최태원 회장이 직접 사과한 것과 달리, KT는 단 3회의 브리핑에 그치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로 인식되어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홍원표 후보가 글로벌 기업 경영 경력과 보안 전문성을 갖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박윤영 후보는 조직 안정과 내부 지지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 경영을, 주형철 후보는 정부 정책과의 조율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누가 선임되든 차기 CEO는 취임 직후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보안 체계 구축과 MS 파트너십의 구체화라는 과제를 즉각 수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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