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Bom Kim) 쿠팡 Inc. 의장/외교신문 편집 이미지


약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와 관련해 실질적 경영권자인 김범석(Bom Kim) 쿠팡 Inc. 의장이 오는 17일 예정된 국회 청문회 출석을 공식 거부했다. 김 의장은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서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영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다"며 "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11월 말 쿠팡이 최초 공지한 것으로, 유출된 계정 수는 약 3370만개에 달한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65%에 해당하며, 2025년 기준 경제활동인구 약 2969만명을 상회하는 규모다. 유출된 정보에는 실명, 이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 배송지 주소, 주문 내역 일부가 포함됐으며, 특히 공동현관 출입 비밀번호까지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김 의장의 청문회 불출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0년간 국회의 국정감사 및 청문회 증인 출석 요구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2015년 국정감사 때는 "농구를 하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되었다"는 이유로, 2021년에는 "미국 본사 업무"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한국 법인 경영진도 줄줄이 이탈했다. 박대준 전 대표는 청문회 일주일 앞둔 12월 10일 대표이사직을 전격 사임하며 불출석 사유서에 "본인은 쿠팡 침해사고에 대해 이미 12월 2일 과방위 및 12월 3일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했다"며 "12월 10일 책임을 통감해 사임했으므로 현재 쿠팡의 입장을 대표하여 증언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강한승 전 대표는 "5월 말 이미 사임했으며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일하고 있어 본 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본사를 둔 쿠팡 Inc.의 의장으로, 차등의결권 주식(클래스 B, 1주당 29표 의결권)을 통해 약 76.7%의 의결권을 행사하며 절대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한국 쿠팡(주)의 이사회 의장 및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해 한국 내 기업 규제 법안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에서 벗어났다. 쿠팡의 매출 중 90% 이상은 한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방위 최민희 위원장은 "동행명령장 발부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실적인 강제 수단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해외 거주 외국인에게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참여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쿠팡의 노동 문제나 시장 지배력 문제에 대해 국회가 질의하려 해도 김범석 의장이 아예 출석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책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피해자들은 미국 로펌과 연계해 뉴욕 현지에서 쿠팡 Inc.를 상대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 소송(Class Action)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석 #쿠팡개인정보유출 #국회청문회불출석 #데이터주권 #초국경기업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