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AI 편집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법 통과로 자동 면직되면서, 한국 방송 정치사상 가장 논란이 많았던 재임 기간이 막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1일 임명한 이진숙 위원장은 취임 당일 공영방송 이사진을 전면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격렬한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섰다. 그는 임명 3일 만에 국회에서 탄핵소추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으나, 올해 1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4대 4 동률로 탄핵이 기각되며 직무에 복귀했다.

종군기자에서 당파적 경영인으로 변모

이진숙 위원장은 1961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경북대 사범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통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MBC에 입사한 그는 1990-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로 활약하며 2003년 제30회 한국방송대상 보도기자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의 경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을 거치며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1991년 강경대 사망 사건 왜곡보도에 항의하고 1992년 MBC 노조 파업에 동참했던 그는, 훗날 김재철 사장 재임 시절 경영진을 적극 옹호하는 인물로 변모했다.

2012년 170일간의 대규모 파업 당시 그는 사측을 대변했으며, 세월호 참사 관련 "전원 구조" 오보와 희생자 보험금 계산 보도로 공분을 샀다. 또한 '트로이컷' 직원 감시 프로그램 설치와 관련해 2016년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확정되기도 했다.

대전MBC 사장 시절부터 논란 가중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대전MBC 사장으로 재직하며 이미 논란의 씨앗을 뿌렸다. 재임 3년간 업무추진비와 접대비 명목으로 1억 4,000여만 원을 사용했으며, 이중 강남 자택 근처에서 1,700만 원, 골프장에서 1,530만 원을 결제해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휩싸였다.

대전MBC 노동조합은 그를 "60년 대전MBC 역사상 최악의 사장"이라고 규정하며 87일간의 파업을 벌였다. 그의 재임 기간 대전MBC 영업이익은 90% 급감했고 총매출액과 광고매출액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인 위원회' 운영으로 즉각 탄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4일 이진숙을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그는 지명 직후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공영방송 "공정성" 회복을 공언했다.

7월 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논쟁적 사안"이라며 확답을 회피해 비판받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드러나 극우 성향 논란에 휩싸였다.

임명 당일인 7월 31일, 그는 취임식을 생략하고 곧장 과천 방통위 청사로 향했다. 김태규 부위원장과 함께 '2인 위원회'를 구성한 그는 당일 오후 KBS와 MBC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13명을 새로 임명했다. 83명의 지원자를 불과 한 시간여 만에 검토해 선임하는 졸속 심사였다.

헌재 4대 4 탄핵 기각에도 정치적 상처

더불어민주당은 7월 31일 당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8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이진숙은 취임 3일 만에 직무가 정지된 최초의 방통위원장이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1월 23일 최종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8인 중 4대 4로 정확히 반으로 나뉜 의견이었다. 탄핵 인용에는 재판관 6인 이상 찬성이 필요해 탄핵소추안은 기각되었다.

기각 의견은 "의결 당시 재적위원은 2명이었고, 2명 전원이 찬성했으므로 법률 요건을 충족했다"며 문언적 해석을 제시했다. 반면 인용 의견은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5인 합의제 기구의 입법 취지를 위배한 중대한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진숙 축출법'으로 강제 면직

탄핵에 실패한 야당은 입법적 수단을 택했다.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위원 수를 7명으로 늘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기존 방통위 정무직 공무원의 임기가 새 위원회로 승계되지 않는다는 부칙 조항이었다.

이진숙 위원장은 26일 법안 처리가 예정된 국회 본회의장에 직접 출석해 "나의 사형장"이라며 해당 법안을 정치적 "숙청"으로 규정했다. 그는 "방통위 개편법이 통과되면 법적 판단을 받을 것"이라며 위헌 소송을 예고했다.

결국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이 통과되면서 그의 방통위원장 임기는 법률에 의해 강제 종료되었다.

정치권 "시스템적 문제의 증상"

이진숙 위원장의 재임 기간은 한국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시스템적 취약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승자독식'의 싸움이 이번에도 재현됐다.

특히 헌법재판소를 통한 해임이 실패하자 입법부의 다수 세력이 법률 개정으로 특정 인물을 자리에서 몰아낸 것은 한국 정치사에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이는 독립적 규제 기관의 안정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보수 진영에서는 그의 정치적 미래가 여전히 거론되고 있어, 그의 유산이 현재진행형 논쟁임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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