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CEO SUMMIT에서 발표중인 젠슨 황 CEO/엔비디아 자료
지난 10월 30일 부산 김해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Nvidia)의 최첨단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Blackwell)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협상 카드로 검토했으나, 백악관 안보 참모진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월 3일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성능을 일부 낮춘 다운그레이드 버전의 블랙웰 칩 수출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빅딜을 위한 핵심 카드로 고려했으나, 부산행 직전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만장일치에 가까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회담 직전 검토 회의에서 "최고 사양의 블랙웰 프로세서를 수출하는 것은 중국의 AI 데이터센터 역량을 확장시켜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트닉 상무장관 역시 이번 수출 허가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들 참모진의 읍소와 결사반대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본래 의도를 꺾고 정상회담 의제에서 블랙웰 문제를 완전히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블랙웰 칩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은 기술 기업 총수로 부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통화"하며 "늦은 밤에도 자주 전화를 받는다"고 알려질 만큼 강력한 직통 라인을 구축했다.
황 최고경영자는 "중국이 AI를 갖게 될지는 질문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갖고 있다. 질문은 그들의 AI가 미국 플랫폼에서 실행될 것인가이다"라며 중국 시장 접근 허용이 오히려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또 현재의 강력한 수출 통제가 "중국의 혁신과 규모를 자극했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봉쇄가 오히려 중국 기업들을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랙웰 B200 칩은 이전 세대인 H100에 비해 AI 학습 속도는 최대 3~5배, 추론 속도는 최대 15~30배 향상된 성능을 자랑한다. 공화당 소속 존 물레나르(John Moolenaar) 하원 중국특위 위원장은 "블랙웰 칩을 중국에 파는 것은 이란에 무기급 우라늄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비유하며 이 칩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산 회담에서 양국은 관세, 농산물, 희토류 등 상업적·거래적 부문에서는 가시적인 양보를 주고받았다. 미국은 펜타닐 관련 중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징벌적 관세를 20%에서 10%로 인하했고, 중국의 조선업 301조 조사에 대한 보복 조치를 철회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 구매를 재개하고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간 유예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CBS '60분' 프로그램 및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입장을 바꿔, "블랙웰은 10년 앞선 칩"이라며 "우리는 이 칩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지 않는다. 오직 미국만 가져야 한다"고 선언했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넘을 수 없는 제1의 레드 라인"으로 간주하는 대만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이는 양측이 휴전이라는 최소한의 외교적 성과를 연출하기 위해 서로의 가장 민감한 레드 라인을 건드리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오는 2026년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주석의 안방에서 열리는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 빅딜을 성사시키려는 개인적 욕구가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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