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7일 대한적십자사(KRC) 김철수 회장의 외국 대사 대상 인종차별 발언 논란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에 긴급 감찰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인종·민족·국가·지역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과 혐오를 "국가공동체를 위해하는 심각한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하고, 각 부처에 확실한 근절 대책 수립을 주문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이 해당 행위를 엄중히 질책하고 복지부에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최고 행정수반이 준공공기관 수장의 윤리적 일탈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외교적 신뢰 회복을 위한 신속한 위기관리 차원의 대응으로 평가된다.
문제의 발언은 2023년 서울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갈라쇼 직후 김철수 회장이 직원들에게 외국 대사들을 언급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행사에 참석한 대사들을 두고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더라"며 폄하했고, 특히 "얼굴이 새까만 사람들만 모였더라"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행사에는 앙골라(Angola), 인도(India), 체코(Czech Republic), 스리랑카(Sri Lanka) 등 최소 7개국 대사 및 그 부인들이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피해 대상이 된 국가들이 아시아·아프리카의 주요 협력국이자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핵심 파트너라는 점에서 외교적 파장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대한적십자사는 1955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승인을 받아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에 가입한 특수법인으로, 인도·공평·중립·독립·자발적 활동·단일·보편이라는 7대 기본 원칙에 따라 활동한다. 이 중 공평성 원칙은 국적·인종·종교·계급에 따른 차별 없이 구호 활동을 수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어, 김 회장의 발언은 국제 적십자 운동의 근본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지적된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적십자사의 명예총재, 국무총리는 명예부총재로 지정돼 있다. 이번 감찰은 감사원이 아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신속한 행정 조치를 통한 외교적 손실 최소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건은 2018년 박경서 전 적십자사 회장의 성희롱 발언 논란 이후 또다시 불거진 고위층 윤리 문제로,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회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지 않고 하위 직원들만 징계를 받았다는 점이 지적된 바 있다. 이러한 선례는 적십자사 내부의 고질적인 거버넌스 부재 문제를 드러낸다.
대통령의 이번 강력한 조치는 과거와 달리 최고 권력자가 직접 나서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한국 정부가 인종차별 문제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중대 사안으로 규정했음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한국의 인도주의 외교 신뢰도를 방어하고,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은 2004년 이후 지속돼온 국내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에도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이 "확실한 근절 대책"을 주문한 만큼, 포괄적 차별금지 정책 수립이 국가 신뢰 회복을 위한 필수 조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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