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이재명 정부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인권 담당)에 상정된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이는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공동제안국 복귀 기조를 계승한 것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문재인 정부가 유지했던 '불참' 기조와 명확한 대조를 이룬다.
한국 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는 지난 17년간 정권 교체에 따라 극적인 변화를 보여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18년까지 11년 연속 공동제안국에 참여했으나, 2019년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우선시하며 참여를 중단했다. 당시 정부는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통한 북한 인권의 실질적 증진'이라는 대안적 논리를 제시했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즉각 공동제안국으로 복귀했으며, 이는 '자유', '인권', '법치'를 강조하는 '가치 외교'의 일환이었다.
이번 결정은 이재명 정부의 국내 대북 인권 정책 방향과 일견 모순되어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0월 28일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를 비롯한 20개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통일부의 연례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중단(8월), 탈북민 자립지원과 해체(9월), 인권인도실 및 납북자대책팀 해체(10월) 등을 거론하며 "북한 억압의 피해자에 대한 지지로부터 멀어지는 우려스러운 시그널"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이번 결의안 문안 협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여 결의 문안 강화에 기여했다. 특히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이 이산가족의 인권을 포함한 북한 인권 상황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새로 반영했으며, 유엔총회 의장에게 시민사회 및 전문가들과 함께 북한 인권 침해 '증언'을 다루는 고위급 전체회의(high-level plenary meeting) 개최를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결의안은 또한 납북자와 이산가족이 겪는 '강제 분리' 상황과 북한이 제네바협약에 따른 미송환 전쟁포로의 송환 의무를 지속적으로 불이행하는 것을 지적했다.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여성과 여아들에 대한 '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명시적으로 포함됐다.
이번 결의안은 2005년부터 20년 연속 채택되는 역사를 가졌으며, 2016년부터는 표결 없이 전원 합의 방식인 '컨센서스(consensus)'로 채택되어 왔다. 특히 올해는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간 10주년을 맞는 해로, COI 보고서가 적시한 '인도에 반한 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책임 규명 의지를 재확인하는 의미가 크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명확한 지정학적 구도를 드러낸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결의안을 적극 지지하며 북한의 조직적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납치 문제를 '더 이상 시간이 없는 인도적 문제'로 규정하며 모든 납북자의 즉각적인 귀환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내정 불간섭' 원칙을 내세우며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평화적 공존과 공동 성장'을 주창했으며,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AI와 국제 평화'에 대한 고위급 공개 토론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등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11월 6일에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군사 분야 AI 결의안'과 '청년·군축·비확산 결의안'을 채택시키며 미래 규범 형성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결의안은 12월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최종 채택될 예정이다. 북한은 매년 결의안을 '주권 침해'이자 '정치적 도발'로 규정하며 격렬히 반발해왔으며, 올해도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가 구상하는 대북 관여 정책이 단기적으로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대북 정책과 국제 공조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관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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