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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한 새로운 식생활 가이드라인은 지난 40년간 미국인의 건강을 악화시킨 주범으로 '잘못된 영양학'을 지목하며, 자연 그대로의 음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인본주의적 건강 철학을 천명했다. 이는 단순한 식단 권고를 넘어 만성 질환 급증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산업형 식품 시스템과 결별하겠다는 선언이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1980년대 이후 정부가 포화지방을 악마화하고 식물성 기름을 권장한 시점과 비만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점이 정확히 일치한다"며 "기업의 이익을 위해 가짜 음식이 건강에 좋다고 거짓말을 해온 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티 마카리(Marty Makary) 식품의약국 국장은 "과거 가이드라인은 기아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 생존 수준이었으나, 새 가이드라인은 미국 어린이들이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번영하도록 설계됐다"며 고밀도 영양 공급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의료계의 과잉 진료와 제약 중심 접근을 비판하며 "음식이 약이 되어야 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원칙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 포화지방 복권과 씨앗유 배제, 과학적 근거는?

새 가이드라인의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포화지방에 대한 40년 전쟁의 종료 선언이다. 1980년 이후 심혈관 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버터, 우지, 전유가 권장 식품으로 복권됐다. 반면 대두유, 카놀라유, 옥수수유 등 식물성 씨앗유는 염증 유발 물질로 규정돼 배제 대상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1990년대 패스트푸드 산업이 동물성 지방을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한 시점 이후 비만율과 당뇨병 발병률이 급증했다는 역학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한다. 특히 씨앗유에 다량 함유된 오메가-6 지방산이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촉진하고, 이것이 대사 증후군의 악화로 이어진다는 메커니즘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국제 과학계의 합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럽식품안전청은 여전히 포화지방 섭취를 총 에너지의 10% 미만으로 제한하고 식물성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할 것을 권장한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윌렛 교수는 "오메가-6 지방산이 포함된 식물성 기름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가 있다"며 씨앗유 배제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 초가공식품 전쟁, 당류 섭취 끼니당 10그램 제한

새 가이드라인은 초가공식품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담고 있다. 첨가당 섭취를 끼니당 10그램 이하로 제한하는 급진적 기준이 도입됐다. 이는 초코파이 1개나 탄산음료 1캔도 허용치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시판 가공식품 대부분이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되는 셈이다.

초가공식품은 산업적으로 정제된 원료에 첨가물, 향미 증진제, 보존제 등을 다량 사용해 제조한 식품을 의미한다. 이러한 식품들은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고 포만감을 덜 주어 과식을 유발하며,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돼 왔다.

브룩 롤린스(Brooke Rollins) 농무부 장관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는 점심이 화학 실험실 산물이 아니라 농장에서 온 진짜 음식이어야 한다"며 학교 급식에서 초가공식품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당 초코우유, 시리얼, 가공육 등이 학교 급식 메뉴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 장 건강과 마이크로바이옴, 발효식품의 재발견

새 가이드라인의 또 다른 핵심은 장 건강과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강조다. 케네디 장관과 마카리 국장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면역 체계, 정신 건강, 대사 질환과 직결돼 있다며 자연 발효 식품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한국의 김치에 역설적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코네티컷대학 연구팀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김치 섭취는 공복 혈당을 1.93밀리그램/데시리터 낮추고 중성지방을 28.88밀리그램/데시리터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뇨병과 비만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목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김치의 유산균은 장내 유익균 증식을 촉진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단쇄지방산을 생성한다. 또한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와 무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하고 포만감을 높인다. 케네디 장관이 강조하는 '진짜 음식'의 정의, 즉 가공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영양소를 보존한 식품에 김치만큼 부합하는 사례는 드물다.

미국 내 김치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5.6% 성장해 9억45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김치를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프로바이오틱스', '장 건강 슈퍼푸드'로 브랜딩해 미국 주류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 단백질 섭취량 대폭 상향, 동물성 우선

새 가이드라인은 단백질 섭취량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체중 1킬로그램당 1.2~1.6그램의 단백질 섭취를 권장하며, 특히 동물성 단백질을 우선시한다. 이는 근육량 유지와 대사 건강에 고밀도 영양소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근거한다.

마카리 국장은 "식물성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 구성이 불완전하고 생체 이용률이 낮다"며 "성장기 어린이와 노인에게는 육류, 생선, 계란, 유제품 등 동물성 단백질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학교 급식에서 육류 공급이 대폭 확대되고, 저지방 우유 대신 전유가 제공될 예정이다.

탄수화물은 최소화 대상이 됐다. 정제 밀가루로 만든 빵, 파스타, 시리얼 등은 혈당을 급격히 올려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대신 채소, 과일, 통곡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복합 탄수화물을 소량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 한국 라면 산업의 위기, 체질 개선 불가피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라면 산업에 직격탄이다. 작년 한국 농식품 수출은 13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이 중 라면 수출액은 1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 이상 성장했다.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한국 라면 최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라면은 새 가이드라인이 배제하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정제 밀가루 면은 고탄수화물이며, 식물성 유지로 튀겨 씨앗유 배제 원칙에 위배된다. 스프는 고나트륨에 인공 감미료와 향미 증진제가 들어가 전형적인 초가공식품이다. 영양 구성도 고탄수화물, 고지방, 저단백질로 새 가이드라인의 권장안과 정반대다.

식품의약국이 올해 말까지 초가공식품에 대한 법적 정의를 확정하고 포장 앞면에 경고 라벨을 의무화할 경우, 한국 라면은 담배와 유사한 수준의 건강 경고 문구를 부착해야 할 수 있다. 이는 학교 급식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할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선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위기를 감지하고 제품 재설계에 착수했다. 비건 제품과 건면 제품을 확대하고,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며,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단백질을 강화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라면이라는 제품 자체가 '초가공식품'의 범주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 자연주의 식문화로의 회귀, K-푸드의 새로운 기회

트럼프 행정부의 식단 혁명은 산업형 식품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한다. 효율과 편의를 위해 자연을 가공하고 화학 물질을 첨가해온 지난 반세기 식품 산업의 방향이 인간의 건강을 해쳤다는 자기 비판이다.

한국은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 식문화는 본래 제철 식재료, 자연 발효, 채식 위주의 '진짜 음식'에 기반한다. 된장, 간장, 고추장 같은 장류는 수년간 자연 발효시킨 살아있는 음식이며, 나물과 쌈 문화는 다양한 채소를 날것 또는 최소 가공으로 섭취하는 지혜다.

한국 정부는 라면으로 대표되는 인스턴트 이미지를 탈피하고, 김치와 장류, 나물 등 전통 발효·자연 식품으로서의 한식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한국의 식탁은 자연이다"라는 메시지는 케네디 장관의 '진짜 음식' 철학과 공명하며, 건강에 민감한 미국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문화적 호소력을 가질 것이다.

동시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통상 외교도 병행해야 한다. 씨앗유 유해론에 대해서는 국제 과학계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한국산 식물성 유지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이터를 식품의약국에 선제적으로 제출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의거해 과학적 합의 없는 조치가 비관세 장벽이 되지 않도록 협의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편의와 효율을 앞세운 산업형 식품이 인간의 건강과 존엄을 어떻게 해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진정한 인본주의는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고 가공을 최소화한 음식을 먹을 권리를 보장하는 데서 시작된다. 한국은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K-푸드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삼아, 저가 대량 생산에서 고부가가치 건강식으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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