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더그 라말파(Doug LaMalfa) 의원/추모페이지 사진
워싱턴 D.C.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8일(현지시간)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공화당 소속 블레이크 무어(Blake Moore, 유타주) 의원이 동료 김영옥(Young Kim, 캘리포니아주) 의원을 향해 한국어로 “김영옥 누나,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 수고 많이 하세요”라고 발언한 것이다. 의례적 호칭 대신 한국적 친근감을 담은 표현이 사용된 순간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의회 내 문화적 다양성과 한미 관계의 새로운 흐름을 상징했다.
블레이크 무어(Blake Moore, 유타주, 공화당) 의원
무어 의원은 대학 시절 서울에서 2년간 선교사로 활동하며 한국어와 문화를 익혔다. 그는 김 의원을 미국식 이름 대신 본명으로 호명하며 한국적 예법에 맞는 호칭을 사용했다. 이는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의회 내에서 언어와 문화가 외교적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누나’라 불린 김영옥 의원은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핵심 입법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한국 동반자 법안(Partner with Korea Act, H.R.4687)’을 통해 한국 국적자에게 전문직 취업 비자를 확대하려 했으며,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H.R.5959)’을 발의해 북한 내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러한 활동은 한미 관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입법적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같은 달 6일, 캘리포니아 1지구를 대표하던 더그 라말파(Doug LaMalfa) 의원이 6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4대째 벼농사를 이어온 ‘농부 의원’으로, 미국산 중단립종 쌀(Calrose rice)의 대(對)한국 수출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왔다. 그의 갑작스러운 타계는 한미 간 쌀 무역 협상에 공백을 남기며 농업 외교의 불확실성을 높였다.
김영옥(Young Kim,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원
김영옥 의원은 라말파 의원을 추모하며 “더그는 내 한국 이름 ‘김영옥’으로 나를 불러준 유일한 연방 하원의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그 작지만 사려 깊은 행동은 내게 세상 전부와도 같은 의미였고 더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줬다”고 고인을 기렸다. 김 의원의 발언은 단순한 애도의 메시지를 넘어, 농업과 문화적 존중을 매개로 한 한미 관계의 의미를 다시금 환기시키는 정치적 메시지로 읽힌다.
이처럼 언어와 문화의 교류, 입법 활동, 그리고 농업을 통한 외교는 한미 관계의 다층적 면모를 드러낸다. 의회에서 울려 퍼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라는 한국어 인사와 김 의원의 추모 발언은, 지난 70년간 이어온 동맹의 새로운 방향을 예고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미동맹 #블레이크무어 #김영옥 #더그라말파 #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