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투언 원자력 발전소 전경/베트남 정부 뉴스 자료


9일(현지시간)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에 따르면, 팜 민 찐(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는 하노이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가 원전 건설 추진위원회 제4차 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17년간 이어져 온 일본과의 닌투언(Ninh Thuan) 2호기 원자력 발전소 건설 투자 협력을 사실상 종결짓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번 보도는 베트남이 직면한 전력 안보 위기가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공식화한 것으로, 동남아시아 에너지 지형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베트남뉴스통신은 팜 민 찐 총리가 이날 회의에서 산업무역부(MoIT)에 일본 측으로의 공식 통보 절차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의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법적·행정적으로 일본과의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토 나오키(Naoki Ito) 주베트남 일본 대사는 "일본 측은 닌투언 2호기 프로젝트를 이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그 이유로 "지나치게 촉박한 일정(overly tight timeline)"을 꼽았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강화된 일본 내 규제와 해외 신규 건설 실적 부재가 베트남의 2030년대 가동 목표를 맞추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의 이면에는 베트남 지도부의 절박한 현실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 인텔, 폭스콘 등 글로벌 제조 기업들이 밀집한 베트남 북부 지역은 2023년과 2024년 연이어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었다. 세계은행(World Bank) 분석에 따르면, 단 두 달간의 정전으로 베트남 GDP의 약 0.3%에 달하는 14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팜 민 찐 총리가 관계 부처에 "휴일 없이 밤낮으로 일하라(working day and night, even on holidays)"고 지시한 것은 단순한 독려를 넘어, 국가 경제의 생명줄인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비상사태 선포에 가깝다.

일본의 빈자리를 메울 유력한 대안으로는 단연 한국이 거론된다. 한국의 주력 노형인 'APR1400'은 UAE 바라카 원전 건설을 통해 예산과 공기를 준수하는 시공 능력을 이미 전 세계에 입증했다. '설계상의 원전'에 머물러 있는 일본의 제안과 달리, 한국은 실재하는 건설 실적과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기후 대응 차원에서 '녹색 금융'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원전 지원 사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번 사업 재개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베트남 국회(National Assembly)의 역할이다. 이번 결정은 국회의 결의(Resolution 174/2024/QH15)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베트남이 주요 국책 사업에서 민주적 절차와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이 진출한다면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경험을 공유하며 베트남 대중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닌투언 원전 부지에는 지난 2009년 사업 지정 이후 17년 동안 개발 제한에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1,000여 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생계에 곤란을 겪어왔기에, 새로운 원전 건설 계획은 단순한 보상을 넘어 이주민들의 직업 훈련과 안정적인 재정착을 돕는 상생 프로그램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건설을 넘어 사람을 중심에 두는 접근법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원전은 베트남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은 베트남의 주력 전원인 수력 발전을 무력화시켰고, 해수면 상승은 메콩강 삼각주를 위협하고 있다. 2050년 탄소 중립(Net Zero)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가동되는 무탄소 전원, 즉 기저부하(Base-load)용 원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베트남은 일본과는 작별을 고하고, 기존 파트너인 러시아와는 1월 내 협상 완료라는 최후통첩성 데드라인을 설정했다.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실리를 택하겠다는 베트남의 독자 노선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제 공은 '팀 코리아'에게 넘어왔다. 기술과 자본을 넘어 민주적 절차의 존중, 주민을 위한 인본주의, 그리고 기후 위기 극복이라는 자연주의적 가치를 공유할 때, 한국은 베트남의 진정한 에너지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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