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보도영상 캡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을 발표하며 해군력 재건에 나섰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1994년 이후 사라졌던 전함(Battleship)을 '트럼프급(Trump-class)'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키는 것으로, 중국의 해양 팽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서 현재 미 해군 함대 구조가 "낡고 지치고 구식이 됐다"며 근본적인 개편 의지를 밝혔다. 첫 번째 함정인 'USS 디파이언트(Defiant, BBG-1)'는 배수량 3만~4만 톤 규모로 건조되며, 전자기 레일건과 극초음속 미사일, 핵 탑재 크루즈 미사일 등 첨단 무기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이번 구상의 배경에는 미국의 조선 산업 쇠퇴와 중국의 급속한 해군력 증강이 자리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하루 4척의 군함을 건조하던 미국은 냉전 종식 후 조선업이 무너지며 건조 능력을 상실했다. 반면 중국은 현재 370척 이상의 전투함을 보유해 수적으로 미 해군을 앞질렀으며, 2030년에는 435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은 부족한 조선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조선사들을 미 해군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삼았다. 한화오션은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 지분을 인수하고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해 연간 건조 능력을 기존 1.5척에서 20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으며, 이 작업은 한화의 필리 조선소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HD현대 역시 미국 최대 방산 조선업체 헌팅턴 잉걸스(HII)와 협력해 차세대 군수지원함 건조를 추진 중이다. 양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프레임워크에 합의한 상태다.

트럼프큽 전함 이미지/보도영상 캡춰


트럼프급 전함의 핵심 무장인 전자기 레일건은 화약 대신 전자기 에너지로 발사체를 마하 7 이상의 속도로 추진시킨다. 100~200해리 밖의 목표물을 저비용으로 타격할 수 있어 기존 미사일 체계의 경제적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300~600킬로와트급 고출력 레이저 시스템으로 드론 공격이나 저가형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

이번 구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12월 초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과 맥을 같이한다. 백악관은 남중국해가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임을 강조하며, 제1도련선 내에서 중국의 침공을 저지할 수 있는 해군력 구축 의지를 밝혔다. 전통적인 문로 독트린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트럼프 코롤러리(Trump Corollary)'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전함 건조에 2.5년이 걸릴 것이라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3만~4만 톤 규모의 첨단 무기 체계를 갖춘 함정을 그 기간 내에 완성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미 해군 내부 보고서는 첫 함정 조달이 2030년경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척당 건조 비용은 최소 40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적 성숙도도 과제다. 레일건과 고출력 레이저는 오랜 기간 개발 지연과 성능 미달 문제를 겪어왔다. 미 해군은 2021년 레일건 연구를 공식 중단한 바 있어, 이를 실전 배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중국은 황금함대 구상이 "군비 경쟁의 판도라 상자를 여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 역시 전함급 구축함인 055형의 개량형과 레일건 탑재 함정을 준비하고 있어, 남중국해에서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산 업체들의 비효율성 제거에도 나섰다. 예산 초과나 납기 지연을 일으키는 계약업체에 대해 배당금과 경영진 보수를 제한하는 행정 명령을 검토 중이다. "미학적인 사람"임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함정의 외형 디자인에도 직접 관여해 "아름답고 위협적인" 함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해양 전문가들은 황금함대가 군사적 억제력뿐 아니라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위기 관리 메커니즘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중국해에서의 대규모 군사 활동은 산호초 파괴와 수산 자원 고갈을 가속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산호초 피복률은 매년 16%씩 감소하고 있으며, 어족 자원은 1950년대 대비 70~95% 급감한 상태다.

황금함대 구상의 성패는 한미일 등 우방국과의 산업적 동맹을 얼마나 견고하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2030년대 미 해군이 해양 패권을 되찾을지, 아니면 기술적 난관과 예산 부족의 늪에 빠질지는 이제 막 시작된 이 실험의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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