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교토국제고, 日 여름 고시엔 첫 우승…기적의 역사 써

결승서 연장 접전 끝 2-1 승리 '기적'…'동해바다' 교가, NHK 통해 日전역 방송
감독 "대단한 선수들에게 감탄"…주일대사 "한일 양국에 빛나는 감동 선물"

에디터 승인 2024.08.23 17:18 의견 0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여름 고시엔(甲子園)’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며 기적의 역사를 썼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2-1 승리를 거둔 뒤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마운드로 몰려나오고 있다. (사진=요미우리신문)


교토국제고는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여름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에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이번 우승은 한신고시엔구장 건설 100주년에 열린 대회에서 이뤄진 것으로, 교토부 대표로는 68년 만에 정상에 오른 팀으로 기록됐다.

경기는 1회부터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갔으며, 연장 10회 초에 교토국제고가 2점을 내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경기 직후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고, 이 모습은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고시엔에서는 출전학교 교가가 연주되며 NHK는 모든 경기를 방송한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대단한 선수들에게 감탄했다"며 "전원이 강한 마음을 갖고 공격한 결과"라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이번 대회에서 본선 1차전부터 준결승전까지 연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특히 준결승전에서는 아오모리야마다고교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폐회식에서 우승기를 받아든 교토국제고의 후지모토 주장 (사진=교도통신)


고시엔은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이 본선에 진출하기 어려워 '꿈의 무대'로 불린다.

올해는 일본 전역 3천715개 학교(3천441개 팀)가 참가했지만 49개 학교만 본선에 올랐다.

교토국제고는 1999년 야구부를 창단한 이후 20여 년에 불과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름 고시엔 정상에 오르는 기적을 이뤄냈다.

교토국제학원이 운영하는 교토국제고는 중·고교생을 모두 합해 학생 수가 160명가량인 소규모 한국계 학교로, 재적 학생의 65%가 일본인이고 한국계는 30%가량이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학생 모집을 위해 야구부를 창단해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으며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61명이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시합 직후 발표한 축하 메시지를 통해 "한일 협력을 상징하는 교토국제학원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일 양국 국민에게 가슴 깊이 간직될 빛나는 감동을 선물했다"며 "우승을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도 교토국제학원이 더욱 큰 영광의 역사를 계속해서 만들어 주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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