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시, 골칫거리 된 괴벨스 별장을 어떻게 활용하나
"공짜로 기부하겠다" 베를린시 공개 제안에도 적절한 인수자 안나서
극우단체가 정체 숨기고 구매 희망도…"엉뚱한 의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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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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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시가 나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1897∼1945)의 별장이 20년 넘게 방치돼 골칫거리가 되자 지난 5월 공짜로 기부하겠다는 파격 제안까지 내놓았지만, 3개월이 넘도록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를린 북쪽 브란덴부르크구 반들리츠에 위치한 이 별장은 1936년 나치 선전 활동으로 악명을 떨친 괴벨스가 처음 소유한 이후, 1939년에 호화 별장으로 재건축됐다.
1936년에는 지금보다 작은 크기의 별장으로, 당시 체코의 한 여배우와 불륜 관계였던 괴벨스는 이 별장을 외도를 위한 장소로 즐겨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괴벨스가 1939년 원래 있던 작은 별장을 허물고 넓이 1600제곱미터에 방만 70여개에 달하는 호화 별장을 지은 것이 지금까지 남아 당국의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병원으로 사용되었고, 동서 분단 이후에는 동독 당국이 청소년 교육 장소로 사용했다.
그러나 1999년 이후로는 방치되어 잡초가 자란 폐가로 전락했다.
베를린시는 유지비 부담을 덜기 위해 철거 후 재자연화 계획을 세웠으나,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을 철거해서는 안 된다는 브란덴부르크 당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올리버 보르헤르트 반들리츠 시장은 "정말 미친 아이디어들을 제안받고 있다"며, 현재 여러 제안을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접수된 제안 중에는 3억 유로(한화 약 4천400억원)를 들여 2천 가구 규모의 주택으로 개조하는 등의 방안이 있지만, 별장이 위치한 곳은 인근 마을과 동떨어진 숲속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외에도 별장 내부 전체를 BMX 사이클 경주장으로 바꾸겠다는 제안이나, 별장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공포 체험'을 촬영하겠다는 자칭 '퇴마사'들의 제안도 있었다고 보르헤르트 시장은 전했다.
문제는 최근 독일에서 소속 정치인들의 나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된 극우 독일대안당(AfD)을 비롯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네오나치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르헤르트 시장은 현 독일 정부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극우 단체가 다른 이름을 내세워 몰래 빌라 구매를 시도하려 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베를린시는 별장의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갈 예정으로, 타지역에서 이미 나치 관련 건물의 활용 방안을 모색한 사례들이 있다.
발틱 해변 인근 루겐 섬 해안에 지어졌던 독일 나치 정부의 대표적인 건축물이 호텔과 아파트로 탈바꿈해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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